방과후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혼자 학교 언덕을 내려와 공덕역에서 마포구청역까지 이동한 아이, 9살 소년은 할머니와 주말을 보냈고 나는 덕분에 귀한 휴식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산책도 하고, 연하장도 쓰고, 책도 읽고 집안의 모든 문을 열고 대청소도 하고 이불도 털어 말리며 혼자 조용한 주말을 보냈다.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
정명이에게 전화를 한다.
아이의 목소리가 동물원 중앙 분수대의 물방울처럼 싱그럽고 맑게 통통 거리고 있었다.
고모, 할머니가 저랑 헤어지기 싫어서 같이 오신데요.
나는 카카오택시에 출발 설정과 도착 설정을 한 후 미리 결제하기를 누른다.
할머니 모시고 조심해서 오세요. 할머니 약 챙기는 것 잊지 말고.
할머니의 귀환으로 정명이는 신이 나있다. 할머니도 정명이와 함께 드라마를 보거나 뉴스를 보며 역사를, 정치를 정말 즐겁게 설명하신다. 대통령후보의 이름을 줄줄 읊는 아이를 보고 대견해하신다.
나, 난 부지런히 맛있는 밥상을 궁리중이다. 그 사이 변기는 한번 뚫었고 인터넷쇼핑으로 막힌 변기 뚫는 뻥투 비닐을 주문해두었다.
아이는 할머니를 돌보고 할머니는 아이를 돌보는 동안 나는 나를 돌보며 다시 기운을 얻는다. 우리 모두를 돌보기 위해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다. 뭔가 좋은 화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