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다 그래 엄마

by 이은주

엄마와 아파트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엄마와의 외출이 몇 달 만인지 모른다. 아파트에서 나오자마자 엄마는

“얘, 나 화장실. 전철역으로 빨리 가자. 아니야, 집으로 갈래.”

한손에 지팡이를 든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다.

“나온다. 걷지를 못하겠어. 어쩜 좋아. 이러지는 않았는데..”

엄마는 아기처럼 곧 울 것 같다.

“어머어머 바닥에 떨어지면 어떡해.”

“괜찮아, 엄마. 괜찮아. 내가 다 치울게.”

“양말, 양말에 바지를 넣어줘.”

나는 부지런히 엄마의 바지를 양말로 감싼다.

입추라는데 바람은 왜 그렇게 맵고 추운지 엄마와 나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관문을 열고 욕실로 향했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어떻게 하니.”

엄마는 거의 울 것 같다. 아니 속으로는 우는지도 몰랐다.

바지를 벗으려는 엄마에게

“엄마 움직이지 마. 내가 벗겨줄게. 움직이면 여기저기 다 묻어.”

일회용 비닐장갑과 봉투를 준비하고 엄마의 바지를 벗긴다. 벗은 속옷을 말아 봉투에 넣는다. 요실금팬티였다면 양옆을 찢어서 버리면 편할 텐데..

“다 버려 얘. 다 버려. 아 난 몰라.”

물티슈로 엄마의 뒤에서 닦아드리는데 엄마의 엉덩이가 홀쭉하다. 푹 꺼져있다. 코끼리 다리처럼 주름이 졌다.

“엄마 변기에 앉아 어서 앉아. 엄마 내가 씻겨 줄까?”

“그래. 그럴래?”

샤워기의 물을 틀어 온도를 맞춘다. 기분 좋은 향이 나는 샴푸를 꺼낸다.

“그러지 않아도 오늘쯤 샤워하려던 참이었어.”

“아 샤워타월로는 닦지 마. 더러워.”

“괜찮아. 빨면 돼.”

엄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바디샴푸로 몸을 닦여드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요실금팬티를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명절에는 다 그래 엄마. 평소에 안 먹던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래. 2층 할머니도 쌌고, 8층 할머니도 쌌는걸.”

“어머, 8층 할머니는 왜?”

“나이 들면 근육이 풀어져서 다 그래.”

“그러니? 이제 됐다. 마무리는 내가 할게.”

엄마가 마무리를 하는 동안 나는 망원시장으로 가서 바지를 샀고, 속옷가게에서는 다리에 고무줄이 되어 있는 사각 면 팬티 두 장을 샀다. 장갑을 끼고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시장을 나서는데 사나운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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