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청년이 노을을 보며 담배를 태우다 들어가는 길에 나와 마주치자 꾸벅 인사를 했다. 저녁이면 부엌에서 어린 것에게 줄 음식을 만들다 모기장 친 현관을 나서서 나도 노을을 바라본다. 운이 좋으면 용산성당에서 치는 6시 종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오늘 이 청년의 뒷모습과 옆모습과 앞모습을 보면서 검은고양이와 엄마와 이렇게 오래 살았을 청년이 앞으로도 이 임대아파트를 벗어나기 얼마나 어려울까. 그는 그것을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다 도리질을 한다.
나는 저녁으로 넉넉하게 만든 크림파스타를 접시에 덜어 청년의 집 문앞에 선다. 딩동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문이 열린다.
엄마는?
아직 안 오셨어요.
반쯤 문을 연 문고리 위에 걸친 팔에서 어깨까지 귀여운, 아트한 문신이 지난번 보다 늘어있었다. 요리사인 청년은 가끔 집에 있다. 불규칙한 패턴 속에서도 문신은 늘어나고, 담배도 는 것 같다.
푸른 접시. 내가 애용하는 이빠진 푸른 접시에 담은 파스타를 건넨다.
응 정명이 주려고 했는데 조금 많이 해서.. 들어요.
아, 감사합니다.
노을을 등진 채 문앞에 선 청년이 정말 고마운 얼굴이라 안심. 청년의 엄마는 가을이면 산에서 주운 밤들을 아무 말없이 문고리에 걸어두고 일을 나간다. 그런 그녀의 아이답게 청년도 조용히 감정 언어 전하기를 할 줄 안다.
새로 산 어린이용 국어사전을 죽 늘어놓고 아이는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청년은 일 나간 엄마와 함께 식사한 지 꽤 오래되었겠지. 대체 우리는.. 아니다 그만.
도시에서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 산 크림 파스타도 유효기간이 임박해서 절반가에 살 수 있었지만 늘 운이 따르지는 않는다. 장보기의 어려움. 유효기간 임박한 음식을 사놓고 썩지 못하게 부지런히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