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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l 23. 2022

로스트 도터

애들이 없으니까 어떻던가요?

<로스트 도터> 심야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돌보았던 것 같다.

영화의 의미를 찾자면 인간 내면의 불안정함은 이루헤아릴 수 없고, 죽을 때까지 반복될 거라는 것. 어떤 체념 같은 울림을 주었다. 어쩌면 나는 그녀들에게 체념을 선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하며 육아를 함께했던 그녀들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대할 때 느끼고 있을 다양한 감정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부각시켜 보여준 <로스트 도터>. 영화 속 대사이긴 하지만 서로를 인터뷰한다면 아마 같은 기분이었을거라고 우린 공감했다.


"애들이 없으니까 어떻던가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왜 돌아오셨어요?"

"엄마니까요."


<로스트 도터>는 여성이 외도를 하고,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가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남성의 자리를 여성으로, 여성의 자리를 남성으로 바꾸어 보는 역할극만은 아니었다.

여자사람으로서 이루고자하는  사회적 성취며 인정 욕구를 가감없이 보여주며 그 과정 안에 피할 수 없는 육아의 과정이 소모적인데다가 끝도 없음을 감히 입밖에 내는? 모성애에 대한 또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보다 더 아이를 잘 보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를 맡기고 내가 더 잘 하는 것을 해도 되지 않을까.'

수세기 동안 남성들이 생각해왔을 법한 질문을 지금 그녀들은 하고 있다.


심야 영화에서 돌아온 나는 지난 밤 나에게 마루를 내어주고 잠자리를 만들어 준 그녀에게, 출근하는 토요일이었던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일하는 엄마로서 지난 자신을 채근하지도 말고 아끼자고. 곁에서 서로 지켜봐주자고. 그것만으로도 우리들 삶은 덜 쓸쓸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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