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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l 12. 2022

헤어질 결심 또 다른 해석

누군가에게 매일 사진을 찍혀본 적 있는가.

나의 뮤즈는 매일 나의 모델이 된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여든 넷에 노노케어로 방문하던 뮤즈가  방문을 못 하자 매일 뮤즈의 사진을 전송받음으로써 뮤즈의 건강을 확인한다.

여든 넷에도 우선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방점 하나.

일흔 넷에 매일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방점 하나.


산책나온 벤치에 앉아 뮤즈가 부탁한다.

선생님 저 꽃 좀 봐요.

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

가서 향기나는가 봐요.

킁킁. 향기는 안 나는데 너무 예뻐서 나는 것 같네요.


그리고 우리는 웃었다.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그들이 기질이 같다는 것을 말했을 때 영화는 남녀의 사랑을 그렸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동성간의 우정이나 나이 차를 훌쩍 뛰어넘은 우정의 은유로도 읽혔다.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가위눌린 기분이 들었다면 그것은 대부분 일상에서 기질이 같은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치 안 입을 것 같은 옷을 사서 돌아와 마침내 후회하는 것처럼 우리는 다른 성향, 다른 기질에 먼저 끌리기 때문이다. 마침내 현실과는 다른 선택을 둘러싼 판타지가 헤어질 결심에 있다. 한번이라도 자신과 같은 기질의 사람과 만났다면 얼마나 다행이고 멋진 일인가.

탕웨이가 모래 무덤을 파고 들어가 앉았을 때 쓸데없이 나는 안도했다. 죽어도 좋다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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