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인생은 신비입니다.
제 곁에는 암 말기로 투병 중인 후배 아버지께서 거둔 마지막 꿀이 될 것 같다고 보내주신 꿀이 있습니다. 89살 작은아버지께서 캔, 여기저기 호미 자국이 있는 친구가 보내준 찐고구마가 여기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친구 어머니께 모나카 한상자를 보내기 위해 엽서를 씁니다.
엄마가 필요하다는 비데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설치기사가 오는 수요일에는 또 어떤 비난과 불평을 엄마에게서 들을까요. 저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통증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제가 화내지 않고 엄마의 입장이 되어 고민하고 이야기 들어줄 수 있는 여유입니다. 인생에 대한 적대감과 울분이어서 그렇지 절대 저를 향한 화살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을비 내리는 일요일 저녁은 선풍기를 분해하고 청소해서 다시 조립하며 마음을 수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