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기술

by 이은주

돌봄의 기술

남동생에게 엄마 점심을 부탁했다. 재가방문 돌봄이 끝나면 마포영유아센터 시소와그네 운영위원 회의가 있어서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남동생은 매주 화요일, 목요일마다 한의원에 엄마를 모시고 다니고 있기 때문에 부탁을 한 것이다.

"엄마 점심 부탁해. 일 끝나면 운영위원 회의가 4시에 있어서 참석해야하거든."

분명히 알았다고 했는데 가족단톡방에는 2시쯤 집에 간다고 문자가 와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갔어. 엄마 점심 두세 시쯤 드신다고 했는데.. 밥도 해서 함께 먹지. 엄마 혼자 드시면 맛없지. 말동무하면서 이것저것 챙겨드리면 귤도 하나 정도는 드시는데.."

"엄마가 배 안 고프대서."

"엄마 배고플 때까지 기다려야지. 엄마 점심은 2,3시라고 했잖아.. 내가 말 안 해도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음식 버려주면 누나가 그만큼 쉴 수 있지(엄마의 냉장고는 철지난 옷을 넣어둔 것처럼 가구가 되어버렸다. 당신은 물 이외의 반찬통은 잘 열어보지 않게 되었다).

얘들아 누구의 엄마고, 누구의 할머니인지 책임감을 가져야 해. 누군가 하겠지가 아니라 보이는 일,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잘 기억해두었다가 찾아서 하는거야. 화장실 청소, 걸레질, 냉장고 청소가 바로 사랑하는 일이야."

“알았어. 내가 냉장고 청소할게. 쓰레기는 항상 내가 버리고 있잖아. 오늘도 버리고 왔는데..”

“빵도 군고구마도 점심 대신 먹을 수 있잖아. 그런 융통성이 있어야해. 누나가 왜 간식을 사왔겠니. 엄마 요즘 이상한 행동하시잖아. 밥을 밥통에 안 두고 찬밥으로 두시니까. 네가 먹기 불편하겠다 싶어 빵도 사온건데. 밥 안 드시고 그냥 지쳐서 잠만 주무셔.”

“알았어.”

“네가 2,3시까지 잘 관찰하고 있다가 어제 만든 고등어 김치찜 끓여서 드려야지. 아이들 키울 때를 생각해봐. 따스한 밥 먹이고 싶지? 그런 마음으로 다음 주엔 와주렴. 배 안 고프다고, 아이들이 안 먹는다고, 애들 밥 안 주지 않아. 때 되면 조금이라도 먹이지. 알겠지?

누나가 쉽게 풀어내는 이유는 다른 남자어른도 자신의 부모돌보기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야. 보편적으로 어려워하는 행동이기에 알려주는거야. 몸에 익히면 도움이 될 거야. 타인을 돌보는 일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많아. 하지만 몸이 한번 기억하면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 생활하는데 필요한 감성지수도 높아지지. 사회생활은 능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든. 얘들아, 듣고 있지?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며 시간을 쪼개서 할머니를 돌봐야해. 침묵하고 무감동하고 상상력 없이 살다보면 미래 너희는 무엇에 기대고 살래? 누군가 보살피고 지켜야 삶은 반짝이는거야. 혼자 잘 살면 행복할 것 같아? 그런 사람으로 나는 키우지 않았어. 이 시간을 놓치지 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기회를 놓치잖아. 그럼 나중에 외로워하게 될 거야. 왜 그때 한번 더 가보지 않았을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어. 미래를 미루어 생각하기. 여러 번 반복해도 부족하지 않아.”

“알았어.”

“이제 집오면 밥통부터 체크해야해. 밥 없으면 두 공기나 한 공기반쯤 쌀씻어서 앉혀드리자. 팔다리 좀봐. 너무 야위었지? 요즘 뉴케어 하나씩 드시지만 밥도 꼭 드셔야해. 엄마 집 올 때는 편의점 도시락 사와서 먹으면 점심은 해결되겠다.”

“알았어.”

돌봄의 기술을 전수하는 동안 남동생은 ‘알았어’를 네 번 해주었다.

회의에 참석하기 전 엄마에게 들려 점심을 차려드린 후 욕실에서 걸레를 빨다 물벼락을 맞았다. 샤워기에서만 물이 나오고 수도 변환되는 버튼이 고장이 나 있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했으나 계속 통화중이라는 안내만 나왔다. 일정 알람에 ‘관리실 전화’ 하기를 메모하고 회의 장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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