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안 아프세요?
복지센터 송년행사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요양보호사로서 맡은바 업무에 충실하고 모범이 되었기에 표창장을 준다고 써있었다. 재가방문을 하며 4년 간 돌본 뮤즈가 장기요양 등급 2급에서 3급이 되었으므로 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잘 돌보면 건강해진다. 잘 돌보면 건강해진다는 체험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젠가는 잘 돌봐도 건강해지지 않고 유지만 되어도 감사할 시기가 온다. 아니 점점 쇠약해져서 더 이상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가 없을 때 담담해지려면 ‘잘 돌보았을 때 건강해졌던 경험’을 불러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다잡아야 한다.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오래 간병한 친구들 보면 이제 본인들이 아프던데 몸은 안 아프세요?”
“허리에 신경차단술 주사를 맞고 있어요. 진통제는 상시 복용하지요. 근데 직업병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상관 안 해요. 번역할 때도 무리해서 마감 맞추다보면 허리부터 아팠거든요. 늙어가면서 퇴화하는 것이라 여기며 체념하고 살아요. 통증을 잘 달래고자 애를 쓰지요. 예를 들면 장바구니를 바퀴가 달린 것으로 교체했어요. 걸레는 세탁기로 빨아요. 청소도 일주일에 한번으로 몰아서 해요. 설거지를 할 때 둥근 의자 위에 한쪽 무릎을 올려놓고 하면 허리 통증을 막을 수 있어요. 음식의 준비 순서를 생략할 수 있도록 오뎅국물을 사서 국수만 삶거나 다듬은 쪽파와 깐 마늘을 사요. 그리고 또 있어요. 카레 한번 하면 절반은 냉동실에 두고 쓰기. 닭도 반 마리씩 닭곰탕으로 쓰고 나머지 반 마리는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장볼 시간이 없으면 꺼내 먹어요. 김치볶음밥은 찬밥으로 한꺼번에 많이 해서 얼려두었다가 찡해서 먹으면 부엌에 서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살기 위한 투쟁이라고 할까요.”
내가 대답했다.
조현병 아버지를 돌보던 『돌보는 사람들』의 저자 샘 밀스는 돌봄 의무가 마무리되자 극심한 탈진 상태가 찾아왔으며 몸을 실컷 함부로 굴리다가 어느 순간 몸의 에너지가 바닥나버렸다고 고백하고 있다. 돌봄은 우울해지기 쉽다.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에 가서 이상한 점수판을 보고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예술가들의 기법, 영감, 색조, 데생, 천재성, 구성, 독창성, 신비감, 진실성 등에 직접 점수를 매겼기 때문이다. 돌보는 사람들의 몸의 신호를 매뉴얼해보면 어떨까. 가족에게도 쉽게 표준화된 이상 신호를 알려 쉴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병가를 내듯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0점 중 9점 이상 일 때는 일주일 사용권한을 요청함은 물론 강제적으로도 쉬게 해야 하고, 7점일 때는 병가를 내듯 쉴 수 있는 자기 돌봄을 공식화 하기, 선포하여 번아웃을 사전에 방지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이 힘든 게 아니라 혼자 해서 힘들다고도 한다. 사회와 단절되었다고 느낄 때 느끼는 불안, 좌절과 같은 소모적인 감정에서 질 높은 돌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모 돌봄에 들어간 자식들에게는 ‘돌봄 마니또’ 제도가 있어서 단계별 돌봄을 안내받아 비용 절감과 정서적인 지지를 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침대에서 떨어져 고관절을 다치고 안전봉을 설치하기 전에 시기별로 필요한 실내 안전장치를 안내하면 좋겠다. 또한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적극적인 피드백을 수용하여 반영할 필요도 있다. 엄마가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침대 안전봉 설치하러 온 분이 필요하다고 권한 화장실 미끄럼방지 매트는 결국 창고행이었다. 청소 관리도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끄럼방지 덧신은 너무 조여서 발이 붓는 노인은 신을 수 없었다. 양말도 발목이 느슨하여 신고 벗기 편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어야 한다. 돌봄 마니또 제도는 돌보는 사람의 기본 자세도 매뉴얼해야 한다. 돌보고자 하는 의욕만 넘치고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노화를 오해할 수 있다. 개별화된 돌봄의 사례집을 만들어 치매 관련 응대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돕고, 잔존 능력을 강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도 갖추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것은 돌봄을 받는 쪽에도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몸이 건강할 때 보청기 착용은 물론 지팡이 짚는 연습을 해두어야 한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지팡이 대신 가족의 손, 누군가에게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저귀 착용이나 요실금 팬티 착용을 하고서도 외부 산책을 나갈 용기도 필요하다. 부끄럽다고, 불편하다고 자꾸 집에만 있게 되면 근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