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이었다. 매일 밤 정명이는 별과 달의 궁전이 뜨는 천체등을 켜고 잠자리에 든다. 이루마의 피아노곡도 틀어달라고 청한다. 나의 수면습관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조명과 소리다. 나는 조금 더 어두웠으면 좋겠고, 나는 사방이 고요했으면 좋겠으며 어서 쉬고만 싶다.
정명이는 그동안 묻지 않았던 질문을 다시 한다.
"고모 절 사랑하세요?"
"그럼, 널 사랑한단다. 그래서 오늘도 병원 갔다 오는 길에 태권도복 파는 유니폼 가게에 들려 손흥민 선수 티셔츠를 사왔잖니?"
"고모?"
"응?"
"고모도 할머니가 되면 요양원에 가는거예요."
나는 잠시 뜸을 드리다가 대답한다.
"그래."
"아휴, 그럼 전 돌볼 사람이 많네요. 할머니도 돌봐야 하고, 고모도 돌봐야 하고."
천장에 쏘아올린 달과 별을 보며 마침내 내가 말한다.
"그러네. 정명이는 돌볼 사람이 많네."
아이의 숨소리가 사뭇 책임감이 들어가 있는 듯 하다.
정명이쪽으로 돌아누우며 아이의 등 언저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어서 자. 내일 손흥민 선수 옷 입고 학교 간다며.."
아이는 감정이 충만한 한숨을 폭 내쉬며 애착담요에 코를 박는다.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돌볼 사람이 많은 사람의 표정이 어찌 저리 평화롭고 달콤할 수가 있을까.
사랑이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