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노래

시간을 절반 바꾸기

by 이은주

너는 그냥 매일 저녁

시간이 왜 빨리 안 가느냐고 묻는다.

나는 너무나 빨리 가서

달력을 넘기느라 바쁜데.

너는 그냥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고

7시 30분쯤 되면 자기 전까지 지루해서 눈물을 글썽이며 놀아달라고 보챈다. 우노 한 판만 하자고, 한 판이 두 판, 세 판으로 이어지며 저녁 설거지는 쌓여있고 답장할 편지는 여러 날 백지인 채 그대로다.

너는 그냥 매일 저녁

하얀 개를 어르며 시간이 안 간다고 중얼거리는데 나는 벌써 해가 져서 빨래를 걷어야 하고, 아픈 허리에 파스를 붙여야 하며 장을 본 검정 비닐봉지에서 고등어 자반을 꺼내 구워내면 이불 깔고 누울 시간이 되는 것이다.

너와 내가 시간을 절반씩만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오후 2시를 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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