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by 이은주

국악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아나운서의 질문에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자신의 방법대로 이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맞아요. 저도 요리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엌에 8시간 서있는 연습을 한 거였어요.”

나는 그녀의 총명함에 반해서 언젠가 그녀의 말을 인용하고자 메모를 해두었다. 부모 돌봄이나 육아도 돌보는 연습이 아닐까. 돌보는 일은 수행이고 투쟁이다. 게으른 마음이 들지 않게 자신을 다스리며 돌봄 루틴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초등학교 다니는 정명이를 학교에 보낸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 출근 준비를 하고 재가방문을 하러 출근한다. 3시간의 재가방문은 산책, 목욕, 점심식사, 간단한 청소 돕기로 알차게 진행된다. 재가방문하는 댁은 2층이고 엄마는 9층에 살고 있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 바로 엄마의 점심시간이다. 처음에는 볶고, 삶고, 끓이는 등 부엌에 서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요즘은 한끼 식사 준비를 위해 반조리 식품을 가지고 오거나 수제 밀키트를 만들어 와서 물만 붓고 된장찌개를 끓이거나 김치찜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드린다. 입맛이 변해서인지 잘 드시던 된장찌개를 해놓았는데도 배 안 고프다, 점심 안 드시겠다는 날이 생기면 가볍게 드실 수 있는 것으로 우회한다. 간식으로 싸온 군고구나 찐 단호박을 드릴 때도 있고, 으깬 찐감자로 만든 샐러드에 과일을 낸다. 양념간장에 구운 김으로도 한끼 식사가 되고, 때로는 따스한 밥에 달걀프라이와 마가린을 넣고 비벼드시기도 한다. 한동안 입맛이 까다로운 엄마의 끼니 준비로 힘들어 했으나 이 과정도 지나갔다. 안 드시겠다고 하면 미련 없이 다른 식단으로 바꾸는 회전 능력이 생겼다. 바로 국악방송 아나운서의 말대로 부엌에서 서있는 연습을 충분히 한 셈이다. 다양한 메뉴를 가진 건 의사의 다양한 처방과 같다. 엄마는 다시 일어나 걷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소위 말하는 신체화장애, 즉 수년에 걸쳐서 다양한 신체 증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지만 내과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며,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신호를 나는 부엌에서 음식 장만으로 응답하기도 하고 좌식 생활을 불편해 하시는 엄마에게 침대와 원탁과 의자 생활로 바꾸어드리는 동안 엄마는 조금씩 회복을 보였다.


조카들이 어렸을 때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어렵지 않게 학교 일정을 파악하고 시험준비를 시키든가, 시험 후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학원다닐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계획세우기에 도움이 되었다. 주5일 동안 내가 만난 아이들은 5살에서 부터 고등학생 까지 정말 다양했고 과목도 다양했다. 일본어와 한문은 물론 영어,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을 지도하기 위해 미리 학습해두기에 조카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가 가능했다.

내가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면서 글을 쓰는 동안 엄마가 노화되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 가정생활로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직업 선택에 제약을 받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요양보호사를 하지 않았으면 노화과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엄마와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만 했을 것이다. 나이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의 변화와 몸의 변화를 요양보호사 업무를 통해서 배우고 실제 돌봄으로 다양한 사례를 경험함으로써 엄마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답은 순간마다 다르다. 매순간 환자의 필요에 의해 돌봄의 구성은 변하는 게 맞다. 우리의 질병 서사는 초기, 중기, 말기와 같이 절대 깔끔한 선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뒤죽박죽이라고 『케어』의 저자 아서 클라인먼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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