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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May 20. 2019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타나베 세이코가 쓴 20페이지 분량?단편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조제. 지난 9월 24일에 죽은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발탈은 2004년 가을에 개봉하는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 유독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끌렸습니다. 주인공 조제의 방 한켠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이며 커다란 유모차에 탄 조제의 사진에서 청춘의 애잔함, 지나버린 것에의 그리움을 느꼈다고 할까요.
조제는 선천성 장애로 걷지 못합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조제.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많은 조제는 할머니를 졸라서 커다란 유모차를 타고 산책을 나갑니다.
조제가 할머니와 유모차에 탄 자신을 위협하는 괴한들에게도 굴하지 않고 산책을 하는 이유는 꽃밭을 봐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낮에 할머니 몰래 밖으로 나온 조제.
그녀는 중얼거립니다. 저 구름도 집에 가지고 가고 싶어...
조제와 함께 한 1년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츠네오. 그는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새벽길에 유모차에 탄 조제를 처음 만납니다.
새벽길의 서늘한 공기와 인적이 드문 도로를 배경으로 슈나우저 한마리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츠네오.

이 영화에는 그리움. 청춘의 애잔함. 탐욕스런 청춘과 이별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조제와 츠네오. 이 둘의 만남에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던 사람은 어쩌면 할머니인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붕어빵을 사들고 조제를 찾는 츠네오의 순진한 마음에 제동을 겁니다.
돌아가! 
우연히 할머니의 죽음을 전해 들은 츠네오는 오래간만에 조제를 찾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조제는 말합니다. 복지사가 일주일에 두 번 음식을 전해준다고. 쓰레기 버리는 날은 월요일 아침인데 복지사가 오는 시간은 한낮이어서, 몸이 불편한 조제 대신 쓰레기를 버려주는 대가로 가슴을 만지게 허락하는 이웃집 아저씨의 일들을...
츠네오는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고 합니다.
조제는 타인에게 전할 수 없는 일상생활의 고단함을, 한없는 막막함을 거꾸로 표현합니다. 돌아가!
아무 말 없이 운동화를 신는 츠네오.
그런 츠네오의 등을 때리는 조제.
돌아가 라고 말해서 돌아가는 사람은 돌아가버려!
조제가 츠네오의 등에 대고 외치던 대사. 이 말의 진정한 뜻은 가지 마겠지요. 가지 마. 날 두고 가지마. 나와 함께 있어줘. 말이란 때로는 너무나 진심과는 거리가 멀기만 합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제멋대로여서 차라리 침묵을 하는 편이 낫지요.
조제는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돌아가 라고 말해서 돌아가는 사람. 이 말에 충실히 따라서 돌아가는 사람은 말의 장벽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깊고 깊은 바다에서 나는 헤엄쳐 나왔어. 빛도 소리도 바람도 없는, 정적만이 있는 곳이야. 지금은 그 때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네가 떠나면 난 조개껍질처럼 바다 깊은 곳에서 데굴데굴 구르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아"
조제와 헤어진 후 새 여자 친구와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울어버리는 츠네오. 
사랑하는 연인이 사랑의 마법에서 풀려나게 되면 무엇이 남는가. 
프랑스와즈 사강은 뭐라고 했을까.
조제는 이제 츠네오의 등에 업혀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마을의 이곳저곳을 이동할 수 있지요. 자신의 생에 주인공이 된 조제의 뒷모습이 너무나 근사합니다

2004/11/1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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