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나는 그 출판사에서 번역서 한권을 냈고, 또 한권의 책을 준비중에 있다. 프루스트 입문서라서 국내에 번역된『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권을 다 참고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프루스트 읽기에 내 나이가 아주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와 작품이 매력적이어서 번역하는 일에 점점 진심이 되어 간다고 할까. 아무튼 번역을 하는 동안 나의 상상력은 상당한 자극을 받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산책길을 멀리 선택해서 걷다 돌아오자 집에 소포가 와있었다. 우산의 빗방울을 털고 빈집을 지키던 강아지의 엄청난 환대에 간식을 주고 포장을 푼다. 마르코폴로에서 만든 책들이었다.
2022년 12월 28일에 『새들이 비처럼 내린다』와 『행복한 장례식』이 태어났구나. 여성으로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리치아 델레다의 자전소설『코지마』와 프랑수아즈 사강과의 대담집『아무것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의 한국판 생일이 2023년 1월 30일인 것을 안다.
반가운 것은 이 모든 책들이 가진 작은 흥분이다. 놀라운 것은 책 한 권, 한 권이 가진 어떤 진동이다. 첫 장을 펴면 그들이 내게 시간을 초월하면서 전하려던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