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편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주 Jan 02. 2024

우체국에서 생긴 일

마포우체국에 갔다.
"이 연하장은 일본에 보낼건데 얼마에요?"
항상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직원은 말했다.
"일본은 690원이요. 또 보내실게 있나요?"
"국내우편이요."
나는 새해에 쓴 연하장을 꺼내며 말했다.
똑같은 연하장인데 두 장만 요금이 다르다.
"같은 사이즈의 카드인데 왜 다르지요?"
"아, 두 장만 우편번호가 없어서요. 규격 기본우편은 430원이고 나머지 두 장은 520원이에요. 모두 스티커로 붙이시겠어요?"
나는 우체국을 둘러보았다. 2024년 1월 2일의 우체국은 한산했다.
"가능하면 일본은 우표를 붙여서 보내고 싶은데요. 오래전에 제가 일본에서 학교 다닐 때 일본 우체국 아줌마에게 보내는거라 한국의 우표를 붙이고 싶어요."
"와아."
담당 우체국 직원 옆자리에 해리포터 안경을 쓰고 눈이 매우 예쁜 직원이 감탄을 했다. 그 눈은 그래서요. 더 좀 이야기해줘요 하는눈빛이었다.
"제가 매번 한국에 편지를 보내러 우체국에 가니까 어디에 그렇게 편지를 쓰는지 물어보고 친해졌어요. 나중엔 우체국 아줌마 집에 초대도 받고, 아이들도 저에게 맡겼지요.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인 자신의 아이들과 놀게 한 것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가끔 방문에 사과도 걸어놓고 가시고요."
안경 쓴 우체국 직원은 젊은이답게 곧 이렇게 말했다.
"와 우리도 일본사람과 그렇게 인연이 될까요?"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요. 꼭 일본사람이 아니어도 되지요. 베트남 사람이어도 가능하지요."
"그런데 외국어를 못하는데요.
"그 분들이 한국어를 하면 되지요. 연세어학당에 온 외국인이라든가."
우리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담당 우체국 직원은 마치 퍼즐을 마추듯이 우표를 듬뿍 준비하여 이 카드에는 이렇게 두 가지를, 이 두 장에 붙일 우표는 이렇게 세 가지를 각각 붙이라며 주었다.
나는 알록달록 하고 아름다운 우표를 연하장 봉투에 풀로 붙이면서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매일 한국에 편지를 보냈던 아이는 나중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내 앞의 서글서글한 눈동자를 가진 직원과 옆자리의 해리포터 안경을 쓴 매력적인 우체국 직원은 꿈에서 깨어나듯 흰머리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해 인사를 나누고 나오며 나는 수십년 전의 나와 만나고 온 기분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앞으로 더 잘 될 거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