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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Feb 19. 2023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70세가 노화의 갈림길』에서는 강렬하게 사로잡는 문장이 있었다.

‘간병을 낙으로 여기지 말자’

정리해보면 가족 간병을 주업으로 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던 사람이 70-80대에 간병이 끝나 시간이 생겨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해도, 그것은 꽤 어려운 일이고 결국, ‘개호 폐인’처럼 늙어버리는 사례를 자주 보았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 저자는 1960년대 출생으로 30년 이상 의료현장에서 고령자를 보사라펴 왔다고 소개되어 있다. 또한 구시대적 의료 상식으로 의사과 권하는 협압약, 콜레스테롤 약을 덥석 받아먹지 말자고 한다. 전후 시대 이후 영양상태가 좋아진 우리들의 혈관은 혈당수치가 조금 높아졌다고 너덜너덜 해지는 것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고혈압약을 잘못 섭취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 지적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공유하면서 미국의 사례 중심으로 측정된 콜레스테롤 수치는 동양인의 식생활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을 줄여 초래되는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면역 기능 저하와 의욕 저하를 낳고 이는 갑작스러운 노화를 진행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족한 남성호르몬 처방을 받음으로써 우울증을 호전시킬 수 있으며 치매로 간주되었던 일련의 증상들이 우울증 약을 먹고 개선되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 또 한가지가 있는데 ‘전두엽의 위축은 40대부터 화상 진단을 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50대, 60대 정도부터 심하게 생각에 잠겼다, 완고해졌다, 화를 잘 내는 경향이 조금씩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교재도 점점 귀찮게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나는 바로 내 나이와 함께 살고 있는 정명이의 나이를 계산해 보았다.

현재 55살인 나는 5년 후면 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곧 16살로 사춘기가 된다. 미래의 나를 알고, 미래의 아이의 변화를 알고 노력하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인간으로서의 작은 바람을 갖는다.


책에서는 취미를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늦게까지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일상에서 꼭 햇볕을 쪼일 수 있도록 산책할 것과 고령이 되고 난 후 단백질 부족은 노화를 앞당기며 면역력 저하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또한 약의 부작용에 대해 환자가 호소해도 ‘참아주세요’라고 상대해주지 않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고령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병원을 옮기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를 먼저 소개해 준 조성연 선생님이 적극 추천해주신 동시에 알라딘 발송을 해주셔서 밤을 세워 읽었다. 밤을 세워 읽을만큼 낯설고 새롭고, 알기 쉽게 노화를 이해시킴으로써 엄마에 대한 나의 돌봄이 아직 늦지 않았음을 자각시켜주었다.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는 선생님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좋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할 수 있는 노년,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노년,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오래오래 이야기하다가 각자의 부엌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하는 노년이 가능할 것 같아서 무엇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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