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 6개와 반찬가게의 반찬 두 가지를 사서 엄마에게 간다. 가방 속 보온도시락통에는 방금 팬에서 볶은 소고기 볶음이 들어 있다.
만약 어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엄마에게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을까?
엄마는 비가 내리는 오후 택시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 봄맞이 미용을 했다. 엄마도 노인이고 미용사 부부도 노인인 그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산만했다.
머리를 말다 다른 손님과 한참 볼일을 보고 파마를 말고 나서 머리에 열을 가하는 어떤 모자의 전선이 빠진줄도 모르고 미용사와 엄마는 한참을 있었다(예상 시간 보다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중화제를 바르고 보자기를 쓴 엄마를 모시고 미용실 건너편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처음엔 배가 안 고프다며 너나 혼자 먹으라고 하시다가 돌솥비빔밥이 오자 즐겁게 싹 비우셨다.
미용사 선생님은 전선이 빠진줄도 몰랐고, 약속시간에 늦게 했으니 파마값 5만원에서 택시비 만 원을 빼주시겠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미용실 바깥어른은 택시를 잡아준다며 길가에 나가 서 계셨다. 엄마를 모시고 나오느라 우산을 챙기지 못한 내게 비닐우산을 주시며 잘 가라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그들 노부부와 엄마를 훗날 나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비가 내리고 자동차 와이퍼가 반복해서 움직이고, 전방에는 신호등 불빛이 녹은 젤리처럼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누워있던 어제 저녁을 나는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