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쿄 3부작

우체국아줌마 이야기 4

일본 사람과는 연애하면 안 된다

by 이은주

4.


'사진가의 사죄'는 6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주관하게 했는데요. 일본에서 만난 인상적인 체험이라고 할까요. 어떤 문제의식을 느꼈을 때 잠자리의 눈으로 관찰하고 난 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는 성급하게 결론을 도출하려는 성향이 있기에 성급하게 얻은 결론을 입밖에 낼 때가 더 많았어요.

예를 들면 그들의 방식이 나와 다를 때 저는 이렇게 외치지요. '일본인들은 우유부단해!' 속시원하게 외치고 바로 후회를 하고는 해요. 입을 두손으로 막 틀어막고 싶어지지요.
할머니는 유학을 떠나기 전 말씀하셨지요. '일본사람과는 연애하면 안 된다'
그 말씀 또한 신탁처럼 저는 과동기인 다섯 살 연하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할머니 말씀이라면 무사처럼 목숨을 다해 섬기고자 애쓰던 저와 도쿄에서 자취를 하던 그의 고향집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왕 사진이 마루에 걸려있었고 전쟁 때 징병당해 참전한 할아버지도 살아계셨기에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나라에서 얻은 친구보다 더 친밀한 끌림의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 게 훨씬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두꺼운 안경 속에서 할말을 고르던 그가 망설이는 저에게 말 펀치를 날립니다.
'그럼 내가 엄마아빠에게 5년 미리 날 나아달라고 해야 한단 말이야?'
후훗, 그야 그럴 수는 없지. 어째서인지 저는 납득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도 김치를 잘 먹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방학 동안 껌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한국 유학을 결정했던 그가 유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국어사전을 헌책방에 팔 때는 간섭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갈 물건으로 왜 국어사전을 챙기지 않지? '왜 한국사람들은 포장마차의 오뎅을 먹을 때 한입 먹은 오뎅을 함께 쓰는 간장에 찍어 먹느냐고 따지며 불만을 표시하던 그에게 저는 늘 한국 대표였으니까.. 한국 대표로 이 부분에서 만큼은 간섭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가 왜 국어사전을 팔게 되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저의 이중적인 심상이었던 걸 고백합니다. 그 사전은 그를 몹시 부려먹던 영화웹진 대표가 선물한 것이었거든요. 그는 싫은 사람이 준 물건은 소유하고 싶지 않았던 건데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무엇이든 실제보다 흉측하게 보이는 거울 조각이 저에게 박힌 것처럼 그런 그가 미웠습니다.
그는 실제로 그런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미묘한 말을 남기고 떠났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
사진가의 사죄로 시작된 추억이 바로 어제처럼 한국 대표와 일본 대표로 실속없는 싸움을 했던 우리들 젊은 날을 소급해 왔네요. 어쩌다 말이지요. 아직 우체국아줌마에게 이런 이야기는 해드린 적이 없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