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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Aug 24. 2023

잠깐, 너무 빨라!

아이큐 140인 엄마. 매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치매가 아니라고,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치매와 우울증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치매검사를 거부해왔던 엄마.
치매안심센터에 방문요청해서 어제 검사를 왔으나 두 선생님 다 엄마가 협조하지 않아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작은방에서 엄마가 아침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던 선생님이 대기하고 계셨고, 상을 치우던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요양보호사잖아. 치매교육을 받으면 돈을 더 준데. 그래서 엄마가 첫 번째로 검사를 받아야해. 알겠지?"

"오 그래."

엄마는 딸이 돈을 더 받는다는 소리에 물러앉으려던 밥상에 가까이 다가앉는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마이크가 있는 헤드폰을 쓰셨다.

"잠깐. 너무 빨라."
엄마의 성취본능이 움직이고
나도 모르게 엄마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나.
'엄마, 먼저 큰 사각형과 삼감형을 그려야지.'
하고 등뒤에서 마음속으로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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