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회하고 싶은 곳 함께 다니기. 엄마는 그 전날 화천댐에 놀러갔던 때를 이야기했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했다. 화천댐은 멀어서 못가지만, 엄마를 우리집에 모시고 왔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강변북로를 달리는 것으로 엄마가 만족하길 바랐다.
엄마를 8시간 여 만에 찾았다.
아침에 나가셔서 그후 여기저기 배회하신게 실종신고팀 cctv에 잡혔는데도 못찾았다가 어느 분의 112 신고로 모시고 왔다.
안전안내문자에 할머니의 실종이 뜨자 손녀딸이 회사를 조퇴했다. 나는 공덕역과 엄마집 전철역을 수시로 돌아다녔다. 실종신고팀 담당자는 말끝마다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게 나의 잘못인 뉘앙스를 풍겼다.
‘저도 부모님이 계시지만, 혼자 나가시게 해서는 안 돼요.’ 첫 만남은 취조 비슷하여 기분이 나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잡힌 엄마를 보았다고 전화를 했을 때도 묘하게 말을 비틀었다. ‘실종신고팀’이라지만 노인에 대한 이해, 치매에 대한 교육은 전혀 받지 않은 채 투입된 모양이다. 치매 부모님을 두고 실종신고를 낸 자식에게는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요양보호사는 치매교육을 12시간 받는다. 적어도 실종신고팀에서 노인 실종을 담당한다면 치매교육도 어느 정도는 받아야하지 않을까?
‘당신은 치매 부모님을 모셔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싶었다. 밤새 안 주무시고 화장실을 다녀서 주 보호자가 선잠을 자야했고, 4시부터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이른 아침을 드려야했고, 아침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실내복 그대로 지팡이를 짚고 당신 집으로 가야겠다고 나갈 때는 아무도 막지 못할 긴박함이 깃들던 상황을 겪어보았는지 묻고 싶다. 집을 잃어버리기 까지는 그런 일 없으니까 먼저 나가서 아파트 간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겠노라고 하면 자식은 그 말을 믿는 법이다. 엄마를 잃어버릴까봐 설거지를 중단하고 음식물쓰레기가 상할까봐 냉장고 비닐봉지 채 던져놓고 허둥지둥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던 자식의 마음을 아는가. 늘 당신 마음대로, 내키는대로 행동하기에 아파트로 올라오는 빈 택시를 잡아 타고 휭 하니 당신 집으로 가버리는 엄마였기에 부랴부랴 전철을 타고 엄마 집으로 가는 동안의 딸의 마음을 아는가 말이다.
용강지구대에 모셨다고 연락이 와서 조카딸이 친구 차로 엄마를 모셔오기로 했다. 나는 그 사이 방과후 축구교실에서 돌아온 정명이 저녁을 차리고 있었다.
조카딸과 귀가한 엄마는 늦게까지 놀다가 돌아와서 엄마에게 혼날까봐 집에 못들어오고 머뭇거리는 아이처럼 문앞에서 얼굴만 보였다. 나는 웃음이 났다. 엄마가 어린시절로 돌아가 여기저기 놀다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서울경찰청에서 보내주는 안전안내문자는 고맙기는 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말하고 싶다. 그것보다는 배회 어르신들은 계속 많아질 것이다. 조카딸은 이 더운데 할머니께서 걸어다니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다. 지하철 계단에서 졸고 있는 엄마를 길 가던 행인이 발견했다고 한다. 정신은 없어도 더위를 피하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인권 마련이 시급하다. 버스정류장을 기점으로 노인 쉼터를 설치하는 건 어떨까.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쉴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한다면 길을 잃더라도 긴급 버튼만 누르면 자신의 위치를 자식에게, 가족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내일은 남동생이 엄마의 위치추적을 위해 핸드폰 가게에 가서 gps 상담을 하기로 했다. 조카딸은 전화번호가 새겨진 팔찌를 맞추기로 했다. cctv 설치도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