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저는 하고 싶은 꿈을 모두 이루었어요

by 이은주

일명 우치아게(打ち上げ)를 놓고 이렇게 번역을 해본다.

"みんな打ち上げに行きませんか?"

"모두 2차에 가지 않을래요?"

"모두 한잔 하러 가지 않을래요?"

"다 함께 뒤풀이 하러 가지 않을래요?"

사전을 찾아보면 우치아게의 뜻은 1. 쏘아 올리다(로켓트 등) 2. 연극, 씨름 등의 흥행을 파함. 3. 사업이나 공사 등을 마침. 또는 그것을 축하하는 잔치. 4. 바둑에서 승부를 끝냄 등이 있다.

이 대사에서 필요로 하는 의미는 3번에 해당되기에 나는 여러 번 문장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목한 끝에 뒤풀이 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

와우... 이렇게 적확한 단어를 찾아낸 기쁨이란!

나는 서둘러 발탈만의 일본어 어휘 목록에 우치아게=뒤풀이 라고 적어놓는다.

지난 주말 큰조카는 내가 전철 안에서 오고가며 번역한 『나는 뮤지엄에 탐닉한다』 6섯 장 분량을 워드 입력해 주었다. 공부만 하라고 하면 얼굴을 찌푸리던 아이가 자진해서 무언가를 한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신기했고 대견했다.

샤프로 깨알같이 쓴 내 글씨를 못 알아 볼 때면(나는 큰조카가 워드작업을 하는 동안 『러브디톡스』 역자 교정을 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묻고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한참 후에 자랑스러운 얼굴로 "번역 다했어요. 고모" 한다. 아이는 워드작업 또한 번역의 일부분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도움이 된다는 게 기쁜 얼굴이다. 덕분에 나는 아주 이상적인 휴일 오후를 보냈다.

나는 큰조를 통해서 나의 사춘기를 본다.

그녀는 열정적이고, 건강하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또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또 다시 무엇이든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열정을 갖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다.

영풍문고에서 엄마 생신 선물로 산 책에 조카들과 축하 인사를 적고 나서의 일이다. 큰조카가 씽긋 웃더니 이렇게 외친다.

"고모, 나는 2008년에 하고 싶은 꿈을 모두 이루었어요. 바람막이 옷도 할머니께서 사주셨고, 방학 동안 파마도 했고, 스키 캠프에도 가고, 제가 원하는 걸 다 이루었어요."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일이 드물었다고 할까, 그런 생각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고 할까, 나는 아이의 말에 감동했다.

큰조카는 학교에서 나누어준 스키캠프 안내장을 보여주지 않다가 나와 공부를 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스키캠프 이야기를 꺼냈었다. 나는 그렇게 싼 가격으로는 스키를 즐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를 스키캠프에 보내기로 했다. 큰조카로서는 집안 형편을 알기에 꿈도 못 꾸었던 스키캠프를 보내주겠다는 내 제안에 얼굴이 상기되었었다.

그렇구나 너는 어른들이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그대로 느끼고 있구나. 나는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줄 알았어... 늘 배가 고프거나, 불만에 차 있다거나, 외로워하는 줄만 알고 조마조마 했단다.

얼마 전에 큰조카에게 파마를 허락한 할머니와 다투었던 건 모두 나의 노파심이었구나. 할머니는 알고 계셨던 거야. 네가 아직은 보이는 것, 현실적인 것으로 어른들의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 어린 나이라는 걸.

아이야, 꿈을 이루었다니 다행이야.

너는 이제 네가 이룰 수 있는 꿈을 향해 가는 거야.

꿈을 이루면 그 다음 꿈이 너를 설레게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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