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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Nov 21. 2023

방문 진료

엄마 약을 대리 처방 받으러 우리동네30분의원에 왔다.
고양이가 있는 곳.
음악이 흐르는 곳.
영화에서 나오는 심리치료실처럼 의사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곳.

어떠세요?

우울한 것도 없어졌고 많이 좋아지셨는데 그만큼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왜 애기를 방에서 벌세우냐고 하기도 하고
학교는 왜 보내냐고 하기도 하고
애기를 왜 설거지 시키냐고 화를 내실 때가 있어요.
남동생에게는 작은 방에 색시를 숨겨두고 하루종일 붙어있다고 하기도 하고요.

치매 초기에서 중기를 지나면 종종 그런 사례를 많이 이야기하세요. 기억이 점점 없어지니까 본인의 생각으로 그 기억을 채워넣는거지요. 특정 인물을 만들어서 싸우시기도 해요. 그런 일에 일일이 응대하면 끝도 없는거지요.

나는 납득하며 일어섰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뇌의 세계. 고양이가 있는 병원을 나섰다. 고양이 발바닥 모양의 온기와 위로가 깃든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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