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약을 대리 처방 받으러 우리동네30분의원에 왔다. 고양이가 있는 곳. 음악이 흐르는 곳. 영화에서 나오는 심리치료실처럼 의사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곳.
어떠세요?
우울한 것도 없어졌고 많이 좋아지셨는데 그만큼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왜 애기를 방에서 벌세우냐고 하기도 하고 학교는 왜 보내냐고 하기도 하고 애기를 왜 설거지 시키냐고 화를 내실 때가 있어요. 남동생에게는 작은 방에 색시를 숨겨두고 하루종일 붙어있다고 하기도 하고요.
치매 초기에서 중기를 지나면 종종 그런 사례를 많이 이야기하세요. 기억이 점점 없어지니까 본인의 생각으로 그 기억을 채워넣는거지요. 특정 인물을 만들어서 싸우시기도 해요. 그런 일에 일일이 응대하면 끝도 없는거지요.
나는 납득하며 일어섰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뇌의 세계. 고양이가 있는 병원을 나섰다. 고양이 발바닥 모양의 온기와 위로가 깃든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