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서울대병원에 있었다. 엄마는 병원에 다시는 안 간다는데 오늘이 진료 예약일이다.
담당의는 대리진료는 보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간호사님은 엄마가 고혈압, 당뇨약을 드시지 않고 집에서 케어가 안 되신다면 꼭 서울대병원이 아니어도 다른 병원에 입원하셔서 약을 드시게 해야겠지요 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강제 입원이 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노인 방임에 속한다.
남동생에게 의견을 물었다.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 보다 식구들 얼굴보면서 집에 계시는게 나은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다. 완전히 길을 잃었다.
엄마도 길을 잃고 나도 길을 잃었다.
당뇨, 고혈압 고치려고 병원 입원시켰다가 오히려 낯선 곳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외로워서 더 치매에 걸릴까봐 두려웠다.
엄마는 집에서 그냥 죽고 싶은 모양이다.
우리를 꼼짝 못하게 매일매일 걱정시키며 떠나지 못하게 거미줄로 꽁꽁 묶어두시려나 보다.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처럼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게 하시려나 보다.
나는 매일매일 엄마를 생각하며 거미줄에 걸린 귀뚜라미가 되어 울고 있다. 엄마는 나에게 생명도 주었으나 생명도 거두어가려나 보다. 내가 죽겠다.
그로테스크한 돌봄의 언어를 그물처럼 끌어올리는데 문학이 아니면 넘을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