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일을 보고 돌아왔더니
엄마가 기저귀를 벗고
인어공주가 되어 있었다.
저승사자가 가까이 왔다 싶었는데
엄마는 아들 밥, 딸 밥을 골고루 드시더니 젖은 기저귀의 척척함을 느끼고, 해결책으로 기저귀를 벗어버린 것이다.
엄마가 똑똑해졌다.
갈아주지 않는 한 몇 시간이고 같은 기저귀를 차고만 있던 엄마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잊는가 싶었던 엄마다.
이웃에게 떡을 돌리고 싶은 저녁.
밤의 질서가 잡혀지자 엄마의 두 다리에는 다시 비늘옷이 나고 멀리 보이는 아파트 불빛만 등대처럼 깜박이는 것이었다.
photo by 베로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