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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간병하면서 배우는거지요.
by
이은주
Apr 16. 2024
남동생이 면회를 왔다. 공휴일 제외. 평일 낮 2시에서 2시 30분까지가 병원 면회시간이다. 기저귀와 물티슈, 욕창 방지 매트리스를 가져왔다.
열이 안 떨어져서 요로감염부터 잡은 후 고관절 수술을 할 수 있다. 엄마의 몸이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수술 후 회복기를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의사분규로 지역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서 그런 건지 간호사분들 태도는 대부분 명령조였고 따지는 투였다.
담당의가 아침 회진시 소변줄을 빼라고 했고, 소변줄 빼는 것이 3박 4일 만에 이루어진데 반해 정형외과 쪽은 내일에서야 볼 수 있다고 했다. 화요일은 휴진이라며,
소변줄로 요로감염 우려가 된다고 아침에 뺐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빠른 감이 없지 않았다.
어제는 간호사가 엉덩이 욕창 드레싱을 하며 하루에 한번인 것을 이틀에 한번으로 줄여도 되겠다고 했다.
입원 삼일 만의 일이었다.
오늘 오후 땀으로 젖은 환복도 갈아입히고 엄마 체위변경도 할겸 기저귀를 열었는데 엉덩이가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게다가 고혈압이라 머리를 높게 해야 한다며 간호사가 침대 머리를 자꾸 세워 얇은 엉덩이 피부가 밀린 것이었다.
화가 난 나는 소변줄 다시 끼워달라 했다.
의사의 소관을 환자 보호자가 좌우하는게 싫은 표정인 담당의에게 나는 울면서 애원했다.
"제가 우리 엄마 엉덩이를 얼마나 밤낮으로 바라보는데요. 이렇게 된 적은 없어요. 이러면 소변, 짠 기운으로 금방 물집이 벗겨져요."
엄마는 소변줄을 한 채 잠들어 있다.
이웃 아흔 다섯의 어르신은 새벽에 콧줄을 잠결에 잡아뽑아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엄마도 열이 내리고 의식을 회복하면 소변줄을 뽑을 가능성이 있다. 잘 살펴야한다.
면회 온 동생에게 내가 말했다.
"일요일에 교대하러 와줘. 병원에 있는 동안 강의 의뢰가 세 건이나 들어왔어."
"알겠어. 다 한다고 해. 내가 있으면 돼."
남동생의 얼굴을 보자 엄마는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었다.
금방 면회시간은 끝났다.
엄마는 아들이 간 후에도 허공을 바라보며 '아들' 하고 부른다. 단체카톡으로 그 모습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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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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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이 되고 싶어요. 달이 들려주는 이웃 나라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고 마침내는 일본사람에 대한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 아니 다중적인 태도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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