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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May 22. 2024

얼굴 빨개지는 남자

다음주로 엄마의 퇴원 일정이 잡혔다.
어제는 엄마가 올해 들어 최고로 화창한 하루를 보냈다.
당신이 간식으로 드실 쌀국수 글씨를 읽으시더니 시계를 보고 시간을 읽었다. 물리치료를 하고 나서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할 때 약간의 도움을 받았지만, 당신 스스로 움직이셨다.

세상 편한 얼굴로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엄마의 옆모습은 마치 카메라로 줌을 해서 보는 것처럼 병실에 엄마만 있는 것 같았다. 엄마가 다 쉰 후 기다렸다가 펜을 건네주며 엄마 이름을 써 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이름 석자를 쓰셨다.
그리고 침대 두 칸 건너편 암투병 중인 아내의 간병을 하는 조선족 남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 남자가 날 좋아하나봐."
병실 사람들이 와아~ 하고 웃는다.
엄마는 또 말했다.
"이 방에 얼굴 빨개지는 남자가 있어."
우린 또 와하하하~ 웃는다.
"버스정류장까지 소문이 났데.."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몹시 기분 좋은 미소를 한 채 눈을 감고 그대로 있었다.

매주 목요일에 연재되는 더중앙 플러스 칼럼 글 반응이 좋다고 담당 기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유입이 특히 많다며 5회 연재를 몇 회 더 연장하자고 한다.
요양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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