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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l 25. 2024

천의 얼굴을 가진 엄마

천의 얼굴을 가진 엄마

엄마는 아팠다, 추웠다, 기뻤다, 미안했다, 감사해 했다, 무기력했다를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의사전달을 한다.

엄마의 '방문 미용'을 부탁해서 아침부터 바빴다.

방과 부엌 통로에 철물점에서 끊어 온 비닐을 깔고 휠체어를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엄마를 앉혀드렸다.

컷을 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만큼 머리카락도 날리지 않았다. 휠체어에 앉은 채 머리를 감는데는 대야가 두 개 필요했다. 고개를 숙이고 비눗물을 받는 대야와 미지근한 물을 받은 깨끗한 물이 담긴 대야.

하루종일 누워있는 엄마는 요즘 간지럽다는 말을 자주했다. 목덜미로 자란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간지럽게 하는 것 같았다.

방문 미용사 선생님은 머리를 예쁘게 자른 후 엄마와 기념사진을 찍고 가셨다. 컷 만 원에 커피값 오천 원을 드렸고 다음에 또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엄마는 "응, 머리도 자르는구나."

하고 기분 좋은 웃음을 웃었다. 미리 알린다는 것을 잊었는데 의외로 깜짝 이벤트가 되었다.

점심 메뉴는 된장국에 비빔밥을 드시고 또 "아, 자알 먹었다." 인사를 하고 지금은 낮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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