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N <너의 몸소리가 들려> 질문지에 대한 답변
Q.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정확히 언제, 어떤 계기로 취득하셨을까요?
안녕하세요. 낮에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이은주입니다.
2016년에 공부해서 2017년 1월에 취득했어요. 올해로 9년째 입니다.
남동생이 아파서 조카들을 돌보았고, 정신없이 살아오는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일하는 엄마대신 할머니가 저의 엄마였거든요. 막내조카가 다니는 피아노학원 앞에 데이케어센터가 있었어요. 제가 뭐 도와드릴게 없는가 물었더니, 반가워하면서 아주 많다고... 어르신들의 목욕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탈의를 안 하시는 어르신들을 목욕하게 돕는 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피아노 레슨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목욕봉사를 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제가 가족들을 돌보면서 꿈을 잊고 있었는데 요양보호사 활동을 하면서 어쩌면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지요.
Q. 할머니, 어머니가 모두 치매라고 하셨는데 증상은 비슷하셨을까요?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비슷한 증상 및 증상의 차이)
- 혹시 비슷한 기저질환이 있으셨을지도 궁금합니다.
Q. 어머니가 치매인 것을 알아차리게 된 건 언제셨을까요? 조금 뒤늦게 알아차리셨다고 하던데요.
우울증과 치매는 미묘하게 비슷한데가 있는데 평소에 우울증 증세가 있는 엄마는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우울증인지, 치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간이 2년 여 지나서야 치매 진단을 받으셨어요. 감정기복도 심해서 아들 집에 택시 타고 갔다가 한 시간 만에 당신 집으로 오신다든지, 버럭 화를 내신다든지, 며칠씩 집에서 외출을 안 하시는 날들이 계속되었지요. 무기력해 보였어요. 냉장고에서는 반찬들이 상해가고, 청소도 안 하시고...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8시간 만에 ‘이 동네 분이 아닌데 하루 종일 앉아계신다’는 동네 분의 112 신고에 엄마를 찾을 수 있었어요. 그때까지는 치매테스트조차 거부했던 엄마를 내버려두었지만, 치매안심센터에 연락하여 방문 테스트를 받고 치매 판정을 받았어요. 사실 치매 판정이란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딸인 저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Q. 돌봄의 순서 (요양보호사의 하루)를 알려주신다면요?
요양원에서의 하루는 일찍 시작합니다. 새벽에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갈고 잠시 후 와상 어르신의 탁자에 칫솔과 치약, 컵 그리고 양치 후 뱉어낼 바가지를 세팅해둡니다. 스스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칫솔질이 가능한 어르신들에게는 욕실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와상 어르신들의 얼굴을 차례로 뜨거운 물수건으로 닦아드립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실 수 있는 어르신들 식사 준비를 한 뒤 경관식 어르신에게는 경관식을 아침식사 전에 겹치지 않게 드립니다. 와상 어르신 중에서 죽을 드시는 어르신은 전동침대를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세워드리고 식사가 시작되면 한분 한분 죽을 떠넣어드립니다. 이때 혼자서 죽을 드실 수 있는 어르신은 잔존능력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드실 수 있도록 합니다. 물론 죽을 흘려도 옷이 젖지 않도록 비닐 앞치마를 사용하십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요양보호사는 쓰레기를 버린다든지, 양치컵이나 바가지를 제자리에 두고 식사 후 사용한 물컵을 닦고 청소기를 돌리거나 세탁을 합니다. 규모가 큰 요양원은 세탁을 담당하는 세탁실이 따로 있지만 작은 곳은 세탁도 요양보호사의 일입니다. 그 다음은 기저귀 케어가 있습니다. 10시쯤 간식을 드리는데 두유나 요플레가 나올 때가 있고 부드러운 카스테라나 과일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간식 후 또 기저귀 케어가 있습니다.
12시 점심식사도 아침식사 때와 같은 순서로 경관식 드시는 분부터 준비를 해드리고 와상 어르신 침대를 올려드리며 점심 준비를 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바로 기저귀 케어가 있고 대부분 저녁식사 전 간식이 나올 때까지 낮잠을 주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리치료를 받거나 요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시는 어르신은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겨드린 후 이동합니다. 목욕하는 요일에는 목욕준비를 하는데 목욕의자에서 힘없이 미끄러지는 어르신은 침상 목욕을 선호합니다. 목욕 후 손발톱 정리해드리기, 그러다보면 오후 간식시간이 오고 간식 시간 이후에는 바로 기저귀 케어가 들어가야지 침대에 소변이 새지 않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도 아침식사 준비와 동일하며 업무 인수인계가 있고 어르신들의 개별 사항을 컴퓨터에 입력해야 합니다.
Q. 어머니를 돌보시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역시 어머니가 집을 나가서 행방불명이 되었던 때인데요. 나중에 엄마 왜 그랬어? 하고 물으니까 가을 바람도 솔솔 불고 해서 집을 멀리 돌아서 오고 싶었어. 라고 답하셨어요. 그래서 치매 어르신들에게 배회에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단톡방에 ‘할머니 가고 싶은 곳’ 모셔다 드리기 라고 했더니 어느 날 조카딸이 인천 바다에서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보냈어요. 할머니께서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왔어요.라고.
Q.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 있었을까요?
- 요양원 및 재가 서비스 등 어느 곳에서 어떻게 근무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그것은 물리치료사나 영양사, 사회복지사 분들이 요양보호사를 무슨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알 때였어요. 저는 동료로 알고 있었는데 유난히 요양보호사에 대한 이해도가 같은 직업군에서 떨어졌어요. 게다가 보호자 분들이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요양보호사에게도 보호자, 대변인이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중한 업무와 책임만 있을뿐이지 요양보호사에게는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 일을 기꺼이 하는데 일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이 드는 것 같아요.
Q. 치매 어르신들을 돌볼 때 가족이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어떤 것들일까요?
- 심적, 신체적 구체적으로.. 선생님의 사례 및 일반적인 사례도 궁금합니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은 한 인터뷰에서 장애 어머니 예를 들며 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데요. ‘엄마는 3시간 이상 밀실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아이에게 흉기가 된다.’라고 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말했다고 해요. 갇힌 돌봄이 얼마나 돌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강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집에서 갇혀 본 경험이 있잖아요.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무력화시키는지, 얼마나 폭력적으로 만드는지를요. 그 시기에 아동학대가 더 높았다는 복지 관계자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치매에 걸린 엄마를 혼자 돌보는 건 참 어려울 때가 많아요. 기저귀를 갈아드리거나 체위변경을 할 때 허리에 힘이 가해져서 정형외과에서 7만 원 정도 하는 신경차단주사를 매달 맞고 있어요. 경력단절 여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도 해야 하지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은 부담이 되지요. 카페에 가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쉬고 싶다거나 건강을 위해 멀리까지 산책을 하고 싶은 그런 자신의 욕구들과도 싸워야 하지요. 게다가 자신의 몸이 아플 때는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Q. 치매 환자를 돌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뭘까요?
치매 어르신에게 동작을 지시할 때는 단계별로 나눠서 말하거나 동작을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식사하기의 예를 들면 손으로 숟가락을 잡으세요.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입안에 넣으세요. 음식을 씹으세요. 음식을 삼키세요로 동작 하나하나를 차례로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음식을 씹어 삼키세요. 반찬도 젓가락을 집어 골고루 드세요.라는 식의 많은 동작이 포함된 지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대상자의 과거에 또는 평소에 일상생활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떤 생활 패턴을 좋아하는지를 알아두면 좋아요. 치매대상자에게 맞는 일상생활 계획표를 만들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좋아요.
부정적인 표현은 삼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렇게 하면 안돼요. 이것도 못하세요? 라고 야단치거나 무시하지 않아야 해요. 요양보호사가 찡그리는 얼굴표정, 높은 목소리에 치매 대상자는 화가 나거나 불안감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리고 속도도 중요해요. 치매대상자가 일상생활 활동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Q. 모 방송을 보니 간병 지옥이라는 표현을 쓰셨더라고요. 나(간병인)를 지키기 위해 선생님께서 꼭 하시는 게 있다면요?
부모 돌봄을 위한 자기 돌봄의 회복 탄력성이라는 주제로 많은 강의를 했는데요. 저는 그날 쌓인 스트레스는 그날 풀도록 노력을 해요.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약은 웃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웃길까 궁리하다 보면 춤도 추게 되고, 음악도 듣게 되는데 그러는 동안 저도 즐거워지거든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저는 음악, 영화, 책 등에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엄마와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던 어느 날은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치맥을 하러 나갔어요. 치킨집 사장님이 엄마도 술을 하세요? 라고 해서 기분 좀 내려고요. 라고 대답했지요. 그날 엄마는 정말 오래간만에 함박웃음을 지으셨어요. 더운 여름 날에는 엄마와 함께 카페에 가서 달달한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한잔 하고 돌아왔어요. 지금은 와상으로 누워계시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얼마 전에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라는 영화를 두 번째 보았어요. 치매에 걸린 아내의 간병인이 아내의 머리를 함부로 빗기자 화를 내면서 남편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데 당신 같은 간병인을 나중에 만나보라고요. 저는 처음에 보았을 때는 못 느꼈는데 이번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돌봄을 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돌봄을 받는 능력도 있어야하겠다. 왜 간병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실패를 하고 수정을 하고 다시 도전을 하잖아요. 왜 유독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에게는 실패할 기회가 없을까요? 목숨을 좌우하니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는 아직 돌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어떤 돌봄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매뉴얼화되어 있지 않아서 서로가 혼돈스러운 것 같아요. 모두 알다시피 <아무르>의 결말은 극단적이에요. 그렇게 간병인을 내보내고 남편은 혼자 아내의 돌봄을 하다 아내를 베개로 죽게 만들지요. 간병살인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면서 저는 저런 결말로 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어요.)
Q. 선생님에게 돌봄이란 무엇인가요?
돌봄은 우선 변주곡과 같아요. 일상이 반복되지요. 그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하게 하는 건 역시 돌봄을 대하는 태도같아요. 가그린을 묻힌 거즈로 식사 후 입안을 닦아드린다거나 침대 등받이를 높여서 티브이 영화를 보기 편하게 해드린다거나 나른한 오후에는 티타임을 갖고 루이보스차와 고구마 반쪽 으깬 것을 간식으로 드린다거나 하는 일상이 어떻게 변주되는가에 따라 아주 지루할 수도 있고, 아주 아름다운 선율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Q. 이번 방송(강연)에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 요양보호사의 이런 점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면요?
저는 현재 재가방문을 하고 있는데요. 요양보호사가 주 5회, 하루 3시간을 부모님을 돌본다고는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자식에게는 나머지 21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요. 장기요양보험 재가방문 3시간은 누구를 위한 돌봄일까요? 물론 돌봄 노동자인 요양보호사를 위해서도 3시간은 교통비도 없고, 쉬는 시간도 없으며, 점심시간도 없는 노동 구조입니다. 일이 끝나면 빨리 이동해서 또 3시간을 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업에서조차 4시간에 한 번 쉬는 시간을 주는데 돌봄 노동자는 아예 그 쉬는 시간을 요구할 구조조차 준비된 게 없어요. 그러므로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