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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8

by 이은주

아침 설거지를 마치자 죽그릇 하나, 보리차 물컵 하나, 메실차 컵 하나, 그리고 죽 떠드릴 때 흘리지 않도록 받치는접시 하나, 토마토 수프 그릇과 약 종지 하나 수저 네 개가 나와 있었다.

오늘은 시행한지 얼마되지 않은 한의원 방문 진료가 있었고 엄마는 새로 오신 두 남자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며 오래도록 관찰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선생님의 다정한 진찰에 마음이 놓였는지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하셨다.

어디가 아프세요?

다 아파요.

오른쪽 다리 움직여 보세요.


그러자 엄마는 느리지만 의사선생님 말씀대로 다리를 구부려보였다.


진찰 후 침을 놓아주신 후 오른쪽에 마비가 와있으며 오늘은 팔다리에만 침을 놓았지만, 차츰 얼굴에도 침을 놓아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입에서 죽이 흘러내리는 상태를 개선해보기로 했다.


자주는 못 오지만 주1회 정도 오도록 하겠다고 하셔서 나는 너무 감사했다. 이로써 엄마를 돌보는 사회적 시스템 지원군이 30분 의원 간호사님과 의사선생님 그리고 한약방 선생님까지 세 분을 모실 수 있게 되어서 여간 든든한게 아니다.


오늘은 총무를 담당하는 선생님까지 오셔서 두 분 선생님이 가실 때 엄마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드리자 엄마는 힘겹지만 소리를 내어서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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