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선반에 두고 읽는 책 다섯 권 중에서 오늘은 시집을 꺼내볼 마음이 들었다. 슬픔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라고 끝을 맺는 이병률 시인의 시를 읽으며 하늘을 본다. 월요일 아침이 시와 함께여서 어쩐지 좋은 예감으로 가득하다. 노란 표지의 시집을 아껴 읽어야지. 매일 좋은 예감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엄마는 어제 정명이의 에너지를 받아 이렇게 말했다.
“아이러브유.”
“아이러브유.”
“와아.” 우리는 믿어지지 않았다.
정명이가 다시 이렇게 엄마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할머니 아프지 마.”
“절대 안 아플 게~”
나는 이 풍경을 보면서 기적이란 이런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정명이가 밥상에서 예비 중학 숙제로 문제집을 풀고 있을 때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여주었더니 고개를 들고 가만히 보더니 미소 짓는다.
아침에 갓김치를 물에 씻어 드리자 턱을 움직이며 씹는다. 엄마에게 물었다.
“맛있어요?”
“맛있어요.” 하고 답이 돌아왔다.
엄마는 회복되었다. 14일부터 집중적으로 엄마 댁에 머물며 돌봤으니까 보름이 걸렸다. 초생달이 차오를 시간이다. 나는 엄마를 돌보는 동안 3kg이 빠졌다. 간식으로는 뻥튀기를 드렸더니 입술을 사용하여 입 밖으로 나와있던 나머지 뻥튀기를 입 안으로 넣으셨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동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돌봄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돌봄 당사자와 돌보는 사람의 연대도 필요하다. 그리고 굳건한 믿음도. 나을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미래로 나아간다.
아프지 마 엄마.
절대 안 아플 게.
엄마의 다짐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