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 사랑은 없다, 무상 지원은 있다

돌봄의 각오

by 이은주

막내 조카로부터 10만 원 이체가 왔다. 정명이 학원비를 반 년 전부터 매달 10만 원씩 지원하고 있는데 당연한 걸(내가 준 사랑)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무상의 사랑은 없다.

무상 지원은 있다. 사랑은 피처럼 돌고 돌아야 한다.

그것이 가정 교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로에게, 전 가족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정명이가 중1이니까 앞으로 고3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알게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돈을 쓰면 쓸 수록 사랑이 깊어지며 안타까울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걸..


기꺼이 하는 돌봄은 없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랑이 식듯 우정도 식고, 가족애도 식는 법이라고..

사람 마음은 단속하지 않으면 흘러가버려 형태를 알 수 없게 되고, 자신의 존재 가치도 모호해진다고..


무엇을 위해 살지 결정해야 하며 중요한 건 계속 바뀌지만, 가족의 순위 만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신년이 질주하고 있다. 돌봄의 각오가 필요하다


***

십만 원 잘 받았다.


앞으로는 아빠가 번아웃 와서 고모 혼자 할머니를 돌보게 하지 마라.


적어도 하루 한번 아빠에게 카톡으로 스몰 토크해서 아빠가 할머니와 단둘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아빠와 밥을 같이 먹거라.

연애하듯 망원동 맛집 검색해서 2주 전에 아빠에게 의사 묻고 아니면 집에서 시켜 먹어라.

너 식사했어도 두 번 점심 먹고, 두 번 저녁 먹어야 한다.(난 인천공항에서 청량리로 너희들 맛있는 음식 만들러 갈 때 꼭 김밥이라도 먹고 들어갔어. 짜증날까봐. 짜증낼까봐. 너희들은 고모가 늘 밥을 두 번 먹은 줄 모를거야. 아니 요리하다가 지치면 못 먹기도 했어)


너도.. 혼자 밥 먹는 게 그렇게 맛있지는 않지? 함께 먹는 기쁨을 찾아야 가족이지.


마음을 잘 대하거라. 사람은 힘든 일 생길 때 마음을 평소에 잘 대했던 사람이 회복 능력이 있어.


앞으로 계속 바쁠거야.

바빠서 못 하는 건 순위가 계속 변하지.

나는 수십 년 동안 아픈 내 동생과 아직 어렸던 너희들과 아픈 내 엄마와 지금은 정명이가 삶의 한가운데 있다.


너는 적어도 너의 순위에 일, 공부 이외의 것이 가족(원가족과 지금 사귀고 있는 새 가족)이어야 하고 행동하지 못 할 때는 정서적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해.


약속하거라. 꼭 아빠와 매일 스몰 토크를 해서 사회와 연결된 느낌을 받도록 할 것.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아빠와 식사를 할 것.


이사와 논문과 회사 입사를 앞두고 정신없을 거 다 알아. 고모도 다 지나왔기 때문에 너에게 팁을 알려주는거야.


아차아차 하다 보면 한달 그냥 지나가. 너도 네 누나처럼 찜질방은 가고, 친구 할머니 장례식에서 밤은 세우면서 죽어가는 할머니에게(몰라서 그렇겠지 나중에 알게 되면 할머니는 안 계시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지내서는 안 돼.


마음이 없으면 사회적인 책임, 정신을 너는 끌어다 쓸. 수. 있잖아.


photo by 김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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