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돋우는 비빔국수

by 이은주

몰라가 대부분의 대화를 차지한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몰라.

좋아하는 음식은요?

몰라.

그럼 불고기는 어떠세요?

싫어.

굴비는요?

싫어.

나물이 좋으세요?

그것도 별로야.


드시고 싶은 게 없다는 건 무기력하시다는 뜻이다. 무더워지고 있는데 한번 입맛을 잃으면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니 걱정이다.

넓은 안방에 뮤즈와 나는 꼭 붙어 앉아 있다.


신김치 국물 있던데 참기름이랑 깨소금 넣고, 식초랑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비빔국수 해드릴까요? 근데 국수가 없으니 내일 해드려야겠어요.

있어.

뮤즈와의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있어. 저기.

물을 끓이는 동안 신 갓김치 국물을 대접에 국자로 뜬다. 고추장도 한수저, 참기름, 설탕, 식초를 넣고 깨소금을 넣으려는데 깨는 이에 끼니까 생략하라고 하신다.

살림을 하고 싶어도 양손이 천천히 마비되는 근무력증을 앓다가 마침내 손을 쓸 수 없게 된 뮤즈가 부엌에 서서 새아기에게 요리비법을 전수하듯 일러주신다.

양푼에 물이 끓자 국수를 넣는다. 끓는 물에 찬물 한 대접 부으라고 하신다.

엷게 미소지으시며 타박도 하신다.

국수 안 삶아 보았소. 찬물을 골고루 빙돌려서 부어야지.

예예 하며 집에서는 엄마 말에 고분고분 하지 못 한 내가 생각나서 동작에 잠시 마가 생긴다.

그래.. 엄마에게도 이모에게도 이렇게 예예 하고 짧은 시간만이라도 정성을 들이다 오는 거다. 야채박스에 뭐가 썩는지, 필요도 없는 물건을 왜 잔뜩 쌓아두고 있는지 묻지 말고 대화를 하다 왔어야 했다.

반성을 하는 사이 국수가 삶아졌다. 흐르는 찬물에 씻은 후 한입. 쫄깃하다.

국수를 호로록 맛보기로 드시며 눈이 웃고 있다.

여름엔 입맛 돋우는 비빔국수가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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