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 공주

by 이은주

때는 10시. 현관 앞에서 신호차 벨을 한번 누른 다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하고 크게 인사를 했지만 반응이 없다.
오늘 아침 금식을 하고 내과에서 피검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가방에서 바나나 한 개와 자두 두 알을 씽크대에 꺼내놓으며 방 안을 살핀다.
방바닥에서 잠든 뮤즈가 보인다. 곁에 가서 어깨에 손을 얹자 눈을 반쯤 뜨시지만, 기운이 없어 보이신다.


'약에 취한다. 어제 영감이 왔는데도 잤어.'
'지금도 그러세요? 어제 몇 시에 약을 드셨지요?'

'몰라.'

'할아버지께서 퇴근하고 오실 때가 언제였어요?'

'몰라'


새로 받아 온 약봉지에서 신경정신과병원 전화번호를 누른다.

'저는 요양보호사인데요, 화요일에 새로 처방받으신 약이 너무 센가봐요. 10시가 되었는데도 안 일어나세요. 약에 취해서 혼자 계시다가 쓰러지시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전화드렸어요.'

'그럼 오세요.'

'예약제라고 하셨잖아요.'

'괜찮아요. 아무 때나 오세요.'


맞다. 예약된 2주 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서둘러 집앞 내과에서 피검사에 쓸 피를 뽑고, 택시를 탔다.

신경정신과병원에는 벌써 예약된 분들이 다섯 분이나 대기하고 계셨다.

'전화 걸어요. 복지사님께.'

'예?'

'한 시간 연장한다고.'

'괜찮아요. 시간 그렇게 안 걸릴 거예요.'

뮤즈가 병원에 비치되어 있는 말랑말랑 카우 두 개를 드실 동안 차례가 왔다.

'약에 취해서요.' 라고 뮤즈가 말한다.

'아, 그렇군요.' 의사선생님이 눈으로 웃으시며 응대한다.

'조현병 약을 바꾸면서 잠을 못 주무시면 불안하실까봐 넣은 이 노란약을 빼고 드세요.'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고

'지난 번에 다니시던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요즘은 잘 쓴다고 나왔더라구요. 이번에 처방한 약이름을 알려주시겠어요?' 뮤즈를 위한 것이지만, 실은 궁금했던 부분이다.

'아, 여기 약봉투에 있어요.'

자세히 보면 보인다. 6포인트 크기의 글씨로 적혀있다. 나중에 검색해 봐야지. 약의 부작용 같은 것을 미리 알 수 있으면 도움이 되니까.

전에 드셨던 조현병 약은 망상, 환각, 사고장애, 대화감소, 위축 등의 증상을 개선시키기는 하나 변비, 입마름, 불면, 고혈당증, 유즙분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체온이 급상승하거나, 근육경직 등의 증상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처방 받은 약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님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으로 정신신경계 질환 치료에 사용한다고 한다. 정신분열증 및 조증의 치료, 치매 증상 치료, 환각, 망상, 적개심, 공격적 행동, 불안 등에 처방된다고 한다.

치매교육 시간에 노인에게 조현병 약 대부분은 치매 증상 약으로 처방하는 것이 더 적확하다는 연구를 들은 적이 있다. 제대로 된 처방같다.

다음은 오늘 빼고 드시라고 한 약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이 약 또한 불안, 긴장, 우울에 처방하며 사용상 주의사항을 보면 중중의 근무력증 환자(뮤즈의 질병은 근무력증이다).에게는 투약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다. 역시... 빼는 것이 좋았다. 부작용 증상이므로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다음 환자에는 신중히 투여할 것이라고 쓴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대부분이 해당되기 때문이다. 고령자, 또는 쇠약 환자, 우울증 환자.

어쨌든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뮤즈는 오늘 외식을 했다. 메뉴는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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