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싫으면 들기름이라도..

by 이은주

'우리 영감 덥겠다.'

몹시 지치게 하는 땡볕을 걸어가던 뮤즈가 공공근로에 나간 76살 남편을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난주 혈액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서 근처 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 당도 혈압도 지방간도 다 좋아서 먹고 있던 고지혈증 약도 중지하자고 노의사가 권한다. 오히려 중성 지방이 낮아서 기름진 음식을 좀 더 드시게 하라고 한다.

6개월 후에 다시 혈액검사를 하라며 상담이 마무리될 즈음 내가 말한다.

'가끔 변을 보실 때 아주 고생을 하시는 데요. 변이 무르게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면 장에서 소화가 느리게 되니까 수분이 빠져나가잖아요. 그러니까 변비가 오는 거지.. 그럼 M 약을 3알씩 90알 처방해드리지요. 자기 전에 3알.'

'매번 고생하시는 건 아닌데요? 그리고 너무 비싸지 않을까요?'

'별로 안 비싸요. 걱정 마세요. 2알씩 매일 드시면 규칙적인 배변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대신 약을 먹고 물을 머그컵 한 컵 드셔야 해요.'

노의사가 처방해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더니 약사 분도 노인이셨다. 처방된 약을 기다리는 동안 몰라 공주인 뮤즈에게 내가 묻는다.

'기름진 음식을 드시라는데 오리고기 드시는 건 어때요?'

'싫어. 어제 영감이 무슨 약초 넣고 오리고기 삶아준다는데 난 퍽퍽해서 싫어.'

'그럼 어쩌나.. 고기도 싫고, 생선도 싫고, 그럼 매일 참기름이라도 한 숟가락 드셔야겠어요..'

우리의 대화를 듣던 노약사가 참기름보다 들기름이 더 좋다고 하셔서 뮤즈와 나는 그럼 들기름을 먹어야겠네 하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약값은 천 원. 나는 마음속으로 90알이나 받았는데 천 원이라면 대부분의 노인들이 이 약을 복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감사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점심준비를 했다. 공교롭게도 밥도 새로 지어야 했다.

서리태와 찹쌀보리, 뮤즈의 냉장고에서 싹이 트고 있던 완두콩을 넣은 밥이 압력밥솥에서 뜸이 들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난다.' 밥 냄새가 나자 뮤즈가 사랑스럽게 웃는다.

* 서리태는 비타민 함량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이 매우 풍부하고, 신체의 각종 대사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 B군, 특히 B1· B2와 나이아신 성분이 풍부하다. 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아이소플라본이라는 콩 단백질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서리태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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