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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리케인봉 Jul 01. 2024

마운드를 지키는 사람에 대한 예의

그라운드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을 위하여

프로야구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직업 중 하나다. 최소한 세 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다.(나머지 둘은 대통령과 기상예보관이다) 감독이 욕을 먹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이유는 투수 교체. 왜 부진한 투수를 계속 끌고 갔는가, 혹은 왜 잘 던지는 투수를 일찍 내렸는가, 하는 것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 이라는 것은 오래된 격언. 요즘은 매일 나오는 타자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야구는 결국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되는 게임이다.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 마운드에 홀로 서서 게임을 운영하는 투수는 그만큼 중요하고, 고독한 직업이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직업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나머지 둘은 대통령과 기상예보관이다) 그래서 투수 교체는 그만큼 중요하다.


쇼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야구로 치면 선발 투수다. 혼자 마이크를 쥐고 조명을 받으며 쇼를 이끌어나가는 진행자를 보면 마운드 위에 올라 이닝을 책임지는 투수의 모습이 보인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굉장히 고독하고,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일 것이다.


몇 달 전, <전국노래자랑> MC가 김신영에서 남희석으로 교체됐다. 송해 아저씨의 빈자리를 채울 사람으로 김신영이 확정됐을 때, 그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소감을 밝혔고, 나는 잘 되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잘 되지는 않았는지 금세 남희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진행자가 바뀌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등판에도, 강판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홀로 마운드를 지키는 사람에 대한 예의며, 게임 진행을 위한 기본 운영 정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신영은 불펜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첫 번째 경기의 남은 이닝을 책임지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것이 아니고, 두 번째 경기의 선발 투수로 공을 던진 것이다. 말하자면 전국노래자랑의 2선발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하위권 야구팀의 팬들에게는 유독 마음이 쓰이는 투수가 있다. 에이스가 모든 경기에 등판할 수는 없으니 다른 경기에서 고생하는 선발투수들. 좋은 성적도, 많은 사랑도 에이스의 몫으로 남겨두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는 투수들. 이글스의 장민재와 이태양 같은 투수들.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투수들이다. 어디에서나 어려운 상황에 조직을 지탱하며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은 보통 사랑받기 마련이다.


어릴 적부터 TV로 봐온 남희석의 이미지는 구종이 다양하고 제구력이 좋은 베테랑 투수,라는 느낌이다. 호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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