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것을 안 바로 다음 날부터 지옥의 입덧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먹덧(食べづわり), 토덧(吐きづわり)모두!! 먹으면 토하고 그렇다고 안 먹으면 속이 울렁거려서 또 토하고... 하루에 적어도 다섯 번 많으면 열 번 넘게 구토를 하느라 몸과 정신이 점점 피폐해져 갔다.
한국에서 입덧에 좋다고 유명한 레몬 캔디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그렇게 좋아하는 사과 역시 몇 번 뱉다 보니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았다. (입덧이 끝난 지금은 다시 최애로) 모든 냄새에 민감해져서 냉장고를 살짝 열기만 해도 속이 메스꺼웠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토할 것 같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갔는데 조산사님이 하는 말이
飢餓状態ですね。 (기아 상태네요.)
였다. 세상에 기아 상태라니... 아무리 못 먹어도 그 정도였을 줄이야. 곧바로 링거를 맞고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을 더 링거를 맞으러 다녔다.
지옥의 입덧은 12월까지 이어졌다. 물론 매일 똑같이 힘들었던 건 아니었다. 가장 심했던 시기가 처음 10일 간 정도였고 그 후에는 서서히 먹을 수 있는 것이 늘어나고 토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1월 초부터 속이 메스껍거나 헛구역질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입덧이 드디어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입덧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아기는 쑥쑥 잘 커주고 있었다. 임신 11주 차 초음파 사진. 머리와 몸통이 마치 땅콩 같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팔다리도 이때 이미 생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