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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야RINGOYA Apr 12. 2024

#13 産後うつ(산후 우울증)

이 해방감은 무엇?

2022년 한여름의 어느 날, 약 2주 만에 집 밖을 나섰다. 상쾌한 바깥공기를 맡으며 집 주변을 산책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과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건 바로 "아, 탈출했다!"라는 생각과 해방감.


마치 어딘가에 갇혀 있다 나온 사람처럼 나를 옭매이는 무언가에서 잠시나마 해방된 느낌이었다. 오래 걷지 못해 5분도 안돼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현관문을 열기 전에 깊게 심호흡 한번 쉬고 문을 열었던 기억이 난다.





아기를 돌보고 있을 때는 먹이고 기저귀 갈고 재우고... 당장 눈앞에 할 일이 너무 많아 가슴 깊숙한 곳에 있는 우울이라는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올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모든 걸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스치기도 했고,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을 두고 순간이라도 그런 무책임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펑펑 울기도 했다.


그저 잠을 잘 못 자서 민감한 거겠지, 체력이 떨어져서 마음도 약해지는 거겠지 싶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 건네준 가벼운 앙케이트라고 생각했던 질문지의 응답 결과는 "산후 우울증"이었다.




육아할 때만큼은 정신없이 바쁜 것도 있고, 그저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몸은 힘들어도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진짜 산후 우울증이라니... 약간 충격이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진단받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신생아 땐 누구나 힘들어. 시간 지나면 좋아질 거야"하면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기만큼이나 스스로를 보살펴주고 내 몸과 마음이 힘들어할 땐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왜 이토록 힘든지를 되돌아보았다. 결국 문제는 잠이었다. 새벽이고 낮이고 아기가 배고파 깰 때마다 모유를 먹이고, 혼자 잠들지 못하는 아기를 안아주고 흔들어주며 재우고, 젖병이니 뭐니 이것저것 정리하다 이제 좀 자볼까 하면 아기가 깨고... 한숨 돌리며 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 데다 늘 수면 부족 상태였다.



이렇게 원인을 파악하니 답은 명쾌했다.


赤ちゃんが一人でも
ぐっすり寝れるように
ネントレしよう!
(아기가 혼자서도 푹 잘 수 있도록
수면 교육 하자!)

그렇게 전문가 선생님의 1:1 코칭을 받으며 생후 2개월 차부터 수면 교육을 시작했다. 그리고 개인 시간이 서서히 늘어나고 수면 시간이 확보되면서 자연스레 산후 우울증은 사라지게 되었다. 괜찮아 보이려는 경직된 밝은 얼굴이 아닌, 진심으로 행복하기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밝은 얼굴로 아기를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왠지 아기도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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