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켜버린 목걸이로 얻은 깨달음
남편과의 연애 시절, 함께 맞이한 첫 생일에 조그만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마치 나와 한 몸인 것처럼 매일 목걸이를 하고 다니다가 몇 달 전, 어떤 계기로 한번 풀고는 그대로 서랍장에 뒀었다.
이 목걸이는 줄이 굉장히 얇은 목걸이라 그런지 금방 줄이 엉키고 마는데, 그걸 다 푸는데 10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딱 봐도 금방 풀지 못할 것 같아 "다음에 시간 날 때 풀어야지" 하며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더 이상 서랍장에 둔 상태로 두기에는 남편에게 너무 미안했고,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긴 시간 이동을 하는 날이기에 나름 큰 맘 먹고 목걸이를 가방 안에 넣고 집밖을 나섰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에 목걸이를 풀기 시작했는데... 다 풀기까지 10분은 커녕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러 겹으로 엉킨 것처럼 보였는데 실은 단 하나의 매듭밖에 없었다. 간단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미루었던 일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끝나다니.
실은 어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영주권 신청 관련 서류 찾기, 출판 미팅 준비하기, 나레이터 구직 찾아보기 등 하나 하나 "이거 언제 다 찾아보나"하고 괜시리 무겁게 느꼈던 일들이 쌓여 있었다. 이렇게 시작에 대한 저항이 클 때 일단 딱 5분씩만 해보려고 노력 중인데, 어제도 딱 5분씩, 15분 동안 위 일들을 "시작"해 보았다.
그런데 웬일?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충분한 정보를 찾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영주권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이고 어떻게 신청하면 되는지를 알았고, 출판 미팅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뽑고 마음가짐을 바로 잡았다. 나레이터 구직에 대해서는 당초 생각했던 방향이 맞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엉켜버린 목걸이도, 버거워 보이는 일도 일단 시작을 해보니 실은 생각보다 가벼운 일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고 귀찮아 했던 거였다. 새삼 "시작"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깨닫는다. 오늘의 글쓰기 역시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글을 마무리하고 발행을 앞두고 있다.
어제와 오늘의 깨달음을 글로 남기며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말해본다.
"생각이 너무 깊어질 땐, 망설임이 길어질 땐 일단 시작해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