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일본어 포기자였다
나는 한번 일본어 공부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때 수업 외 활동으로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쳐 주었다. 당시에는 일본어, 일본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단지 제2외국어 하나 해두면 좋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한 달 만에 시들었다.
"겨우 히라가나 외웠는데 카타카나는 또 뭐야?"
"어렵기만 하고 재미없어."
그랬던 내가 어느 한 계기로 일본어에 푹 빠져버렸고, 지금은 일본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의 힘
내가 일본어에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일본 아이돌이었다.
"방탄 때문에 한국어 공부했어요"의 일본어 버전.
한번 일본어를 포기한 후 얼마나 지나서였을까.
어느 날 친구들이 일본 드라마 고쿠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일본 드라마를 전혀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고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바로 고쿠센 1화를 봤다. 드라마는 그럭저럭이었는데 주인공을 맡은 마츠모토 준이라는 배우에 자꾸 눈길이 갔다. 그리고 마츠모토준이 속한 "아라시"라는 아이돌에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아라시의 어떤 점에 반해버린 걸까.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정확하고 논리적인 이유 없이 그저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아이돌이 지오디였던 나에게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었다.
첫 관문, 이름 외우기
히라가나도 이미 반쯤 까먹은 상태였던 내가 맨 처음으로 공부한 일본어는 바로 멤버들의 이름.
첫눈에 반해 덕질을 시작했지만, 아직 누가 누구인지 얼굴 구분이 안되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은 이름부터 외우기로 했는데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름이 한자로 되어 있어도 대부분의 경우 한글로 쓰고 읽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자를 그대로 사용한다. 예로 들면 일본 유명 배우 기무라 타쿠야는 木村拓哉라고 쓰고 이 한자만 보고 일본인은 きむらたくや(기무라타쿠야)라고 읽는 것이다.
大野智 櫻井翔 相葉雅紀 二宮和也 松本潤
즉, 이 다섯 명의 한자 이름과 이걸 어떻게 읽는지를 모두 다 외워야 했던 것. 도저히 한 두 번 가지고는 외워지지 않아 종이가 깜지가 되도록 쓰고 또 썼다.
그렇게 히라가나, 카타카나를 채 다 외우기도 전에 한자부터 공부하게 되었다.
뒷 이야기는 여기서↓
https://brunch.co.kr/@ringoya/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