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7일

by 꽃반지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이 말 누가 했을까. 말할 때마다 들을 때마다 절절한 공감을 하다가 출처를 찾아봤다. 네이버 지식인의 누군가가 "저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현대인이라기보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있었을 테고요."라고 답을 달아놨더라.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도 다들 나름으로 바빴겠지? 그때는 세탁기도 없고 식세기도 없고 청소기도 없고 마켓컬리도 없으니까. 장도 직접 가서 봐야 하고, 빨래도 우물물 길어다 빨아야 하고, 매일 비질하고 걸레질하고...(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다가 슬퍼져서 관둔다).

아무튼 바쁘기 싫은 나도 바쁘다. 월요일 출근길 공식처럼 꿈쩍 않는 버스 안에서 마음을 동동거리며 출근 시각 3분 전 간신히 도착. 숨 몰아쉬고 퇴사한 팀장님을 대신해 참석하는 주간회의. 한 명이 빠져버리니 끝내자마자 바쁘게 돌아오는 프로젝트 원고. 늦었으면서도 출근길에 본 단풍이 예쁘니 단풍놀이도 가고 싶고, 새로 개봉한 코미디 영화도 보고 싶고, 부쩍 추워졌으니 커튼도 갈아야 하고, 장도 봐야 하는데. 근데도 퇴근 후에 집에는 바로 가기 싫다. 세 번은 족히 돌려야 하는 세탁물, 씻고 아무렇게나 엎어둔 그릇들, 바닥에 뚝뚝 떨어져 있는 일주일치 머리카락...(쓰다 보니 슬퍼져서 관둔다)

바쁘게 동동거리지 않으면서 삶을 우아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원인 자체를 제거해버리는 게 가장 간단하고 빠를 것 같은데. 세탁물이 부담되면 옷을 다 갖다 버리면 되고, 그릇 정리가 성가시면 그릇을 다 갖다 버리면 되고, 청소기 한번 밀기가 귀찮으면 작은 방에 살면 된다. 질문을 다시 수정해야겠네. 욕심을 다 채우면서 안 바쁘고 우아하게 사는 방법은 없을까. 퇴근 후엔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악기도 배우고 집도 가꾸고 냉장고도 클린하게 유지하면서 사는 그런 방법. 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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