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퍼붓는다. 이틀 동안 집에서 영화를 봤다(나는 영상 콘텐츠 시청에 취약하기 때문에, 내가 집에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감상했다는 건 정말 정말 지루해서 할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루에 한 편씩. 주인공의 미모에 홀려서 본 <카페 소사이어티>, 그리고 어떤 계기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
<카페 소사이어티>는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미련을 애틋하게 그려냈다. 묽게 그린 수채화 같은 느낌?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일구는 결혼 생활에 대한 심연을 보여준다. 삶이란 뭘까(진부한 물음이지만). 가지 못한 길에는 미련이 남고 발 디딘 곳에는 환멸이 남는, 그것이 삶일까. 지인의 친구 중 한 사람은 "아름답게 살고 싶다"라며 한국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프랑스로 떠났다는데 그 말이 계속 맴돈다. 아름다운 삶은 모르겠지만 나도 한국을 떠날 때가 가까워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