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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Jul 08. 2024

2024년 7월 8일

살면서 입원도 처음 해보고 수술도 처음 해보고 뭐 그렇다. 간밤엔 같은 병실을 쓰는 분이 밤새 괴성을 지르며 욕을 하고 흐느끼는 통에 한숨도 못 잤다(어마무시한 욕의 향연이었다). 비몽사몽 누워있으니 간호사분이 나를 일으켜서 양갈래로 머리 땋고, 수술복 입으라고 한다. 전신마취하니까 깨고 나면 일주일 동안 어디가 아플 거라고도 얘기해 준다. 잠시 뒤에 다른 간호사분이 와서 굵은 주삿바늘을 찌르고, 또 다른 간호사분이 와서는 수액을 놓는다.

그동안 병원은 나랑은 별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외가든 친가든 크게 병원 신세를 진 사람들이 없었으니까. 근데 요즘은 평생 다닐 병원을 한꺼번에 몰아서 가는 것 같다. 지난 일주일은 간병인 자격으로 목에 카드를 걸고 또 다른 병원을 들락날락하느라 살이 좀 빠졌다(병원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나?) 사람들. 복도에서 우는 사람, 몸속의 장기를 다 뱉을 것처럼 토하는 사람, 치료를 망설이다 거부하는 사람... 또 어떤 사람이 있었더라.

비로소 안에 들어와 보니 새로운 세계가 있다. 난 아무래도 신을 믿지 않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기도해 주겠다는 말은 위로가 된다. 신도 내가 하는 기도보다는 믿는 이가 해주는 기도를 더 기꺼워하겠지. 기도가 필요한 날들이다. 나에게도, 또 엄마에게도.
밤새 미친년, 개 같은 년 죽여버리겠다고 욕을 하던 이는 세상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우산 챙겼니? 오늘 월요일인데 수영복 챙겼어? 잘하구 와. 할머니가 보고 싶다"라고 통화를 한다. 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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