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냉장고 청소를 하면서도 운다. 뚝뚝뚝.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고, 설거지를 계속하고, 냉장고의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린다.
-오늘 버린 것
1. 지난 칠월에 엄마가 사준 천도복숭아 한 알. 여기저기 곪아 하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아픈 엄마 같았다. 아, 이제는 안 아프니까 아팠던 엄마.
2. 구운 계란 다섯 알. 엄마가 직접 만들어 택배로 부쳐주곤 하던 구운 계란. 칠월엔 엄마가 고장 난 압력솥을 붙들고 겨우겨우 만들어 주었다. 그만 됐다고 하는데도 애써 만들던 모습, 압력솥은 이제 좀 버리래도 아까워서 못 버린다던 말이 생각났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엄마가 만든 반찬을 버리기 아까워 상한 줄 알면서도 꾸역꾸역 먹고는 배탈이 났었다는, 오래전 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상한 계란을 모조리 삼켜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오늘의 기쁜 일
10년 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을 구하고 싶어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아침에 답신을 받았다. 찬찬히 찾아보니 보관용으로 딱 한 권 갖고 있었다며, 편집부에서도 오랜만에 듣는 제목이라고 찾아주어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