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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Sep 26. 2024

2024년 9월 26일

자기 전에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냉장고 청소를 하면서도 운다. 뚝뚝뚝. 눈물을 닦지도 않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고, 설거지를 계속하고, 냉장고의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린다.


-오늘 버린 것

1. 지난 칠월에 엄마가 사준 천도복숭아 한 알. 여기저기 곪아 하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아픈 엄마 같았다. 아, 이제는 안 아프니까 아팠던 엄마.


2. 구운 계란 다섯 알. 엄마가 직접 만들어 택배로 부쳐주곤 하던 구운 계란. 칠월엔 엄마가 고장 난 압력솥을 붙들고 겨우겨우 만들어 주었다. 그만 됐다고 하는데도 애써 만들던 모습, 압력솥은 이제 좀 버리래도 아까워서 못 버린다던 말이 생각났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엄마가 만든 반찬을 버리기 아까워 상한 줄 알면서도 꾸역꾸역 먹고는 배탈이 났었다는, 오래전 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상한 계란을 모조리 삼켜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오늘의 기쁜 일

10년 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을 구하고 싶어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아침에 답신을 받았다. 찬찬히 찾아보니 보관용으로 딱 한 권 갖고 있었다며, 편집부에서도 오랜만에 듣는 제목이라고 찾아주어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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