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배드민턴 모임에 갔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모임장인데도 몇 달 동안 자리를 내내 비웠기에, 오늘은 나가서 그동안 꾸준히 모임을 지켜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마음은 간곡했으나 너무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그리 큰 움직임이 아닌데도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다.
끙끙거리며 허리에 찜질을 하는데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도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했었다. 이 정도 통증에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드는데, 엄마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큰 통증을 문자 그대로 '이 악물고' 견디며 프랑스를 오갔다. 왕복 서른 시간의 비행과 스페인과 프랑스를 육로로 오가는 동안, 온몸으로 전해졌을 통증을 참느라 이를 악물던 엄마를 기억한다. 하루가 저물 때쯤이면 아랫입술이 이빨 자국으로 깊게 파여있었다.
나는 요즘 동화책을 보는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 명씩 각자의 이유로 울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슬퍼하는 것을 보고 "그렇지 않아도 슬픈데 왜 그런 책을 읽는 거냐"며 타박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모른다. 이 책의 가장 끝장에 가면 서로가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는 걸. 타박하는 목소리 역시 내 눈물을 닦는다.
당분간은 매일매일 엄마 이야기뿐이겠지만 그래도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내가 이 시간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훗날 이 슬픔을 어떻게 건너갔는지 소상히 기억해두고 싶다. 인생에 마련된 슬픔은 이것만이 아닐 것이기에(이렇게 쓰고 보니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