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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Oct 16. 2024

2024년 10월 16일

오늘 역시 엄마와 관계된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아버지의 자동차 보험이 어머니 명의로 계약되어 있어서 그걸 알아봤고, 또 한 건은 서류를 작성하고 몇 가지 증명서를 챙겨서 보냈다. 전화를 걸고 대기자가 몇 명이라는 안내 방송을 연거푸 들으며 기다리고, 상담원에게는 이러저러한 일로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한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엄마가 남긴 물건 중에는 가로 세로 15센티가량의 작은 캔버스가 있는데, 매직으로 성경 속 한 구절을 써 놓은 뒤 꽃잎 몇 장을 붙여놓은 작품이다. 만든 지 오래되어 꽃잎이 말라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 내가 챙겨 오지 않았다면 이리저리 구르다가 곧 꽃잎이 다 떨어지고 말았을 테다. 바스러지는 꽃잎이 아까워서 바니쉬를 알아봤고, 화방에 문의했더니 확신할 수 없다는 대답이 온다. 또 열심히 알아보다가 캔버스 크기에 맞게 아크릴을 제작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몇 번이나 치수를 재고 판매자와 오래 상담을 했다. 나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상대방이 최대한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꽤나 신경을 쓰는 편인데, 상담을 하면서 그간의 노력들이 잘 발휘된다고 느꼈다. 


어렵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 그런 일들. 그런 일들을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하고, 가족들은 입 밖으로 내지 않지만 응당 내가 알아서 처리할 거라는 걸 안다. 봉안당에 달 꽃을 주문하고 달아놓는 것도 내 몫이고, 엄마 사진은 왜 아직 안 붙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내 몫이다. AS센터처럼 가족들은 나에게 묻고 답을 구한다. 나는 엄마의 흔적을 정리하는 동안, 언젠가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이렇게 살뜰하게 뒤를 봐줄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어렵고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을 기꺼이 맡아줄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다. 공치사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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