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7월 4일

by 꽃반지

일터로 나가려면 버스를 두 번 혹은 세 번 갈아타야 한다. 출근길 버스는 정말로 발 디디틈 하나 없어서 타인과 살과 살을 맞대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오늘은 사람들에게 밀리고 밀리다 보니 기사님 바로 뒷자리에 서게 됐고, 그제야 기사님의 운전석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운전대 양 옆으로 버스 곳곳을 비추는 작은 모니터가 두 대인가 세 대 달려 있었고, 하차벨을 누르면 모니터에 '하차'라는 붉은 글씨가 떴다. 뒷문을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면서 (나 역시 같은 처지인 주제에) 참 고단하게 산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교통 카드 단말기가 내 바로 옆에 있어서 사람들은 내 쪽으로 애써 손을 뻗어 카드를 찍었고, 나는 그들 중 몇몇 사람들의 카드를 말없이 받아 찍고 돌려주고를 반복했다. 내가 카드를 받아 승차를 찍어준 외국인이 내릴 때가 되었는지 애매한 눈빛을 내게 보내길래, 나는 다시 그의 카드를 받아 찍고 돌려주었고 그는 내게 "땡큐"라고 했다. 오늘의 착한 일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7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