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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May 21. 2019

당신은 언제 어른이 되었나요


당신은 언제 어른이 되었나요?


그럴싸한 거짓말로 엄마를 속여 넘겼을 때, 자려고 누웠는데 자꾸만 그 애 생각이 날 때, 소주 한 잔을 다 마셨을 때, 어릴 때 뛰놀던 골목이 좁아 보일 때, 캐리어 하나 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클럽에 갔을 때, 잊지 않고 화분에 물을 줄 때, 오랜 친구의 청첩장을 가장 먼저 받았을 때, 싫은 사람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적당한 미소를 지을 때, 언제 밥 한번 먹어요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때, 하고 싶었던 말을 마침내 할 때, 하려던 말을 끝끝내 하지 않을 때, 서른 장도 넘는 대출서류에 묵묵히 사인을 할 때, 내 나이와 부모 나이를 가늠해 볼 때,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느낄 때, 혼자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좋은 음악을 들을 때, 기타소리가 좋을 때, 맛없고 비싼 카페에서 팔천 원짜리 음료를 시켜놓고 짐짓 태연한 척할 때,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을 때, 무심코 떼어본 등본에 세대주가 나일 때, 전화로 환불을 요구할 때, 값을 깎을 때, 부모의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을 셀 수 있을 때, 어버이날 손편지 대신 봉투를 내밀 때, 먹고 싶은 음식을 곧잘 만들 때, 엄마가 해주는 맛은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임을 느낄 때,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할 때, 통잔 잔고를 확인할 때, 어릴 때 못 먹던 음식을 곧잘 먹을 때, 이유 없는 선물을 할 때, 미소를 보는 것이 좋을 때, 미워하는 일이 시시해질 때, 현대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수입 과일을 만지작거릴 때, 하이힐을 신고 집으로 절뚝거리며 걸을 때, 어색한 화장 때문에 종일 거울을 들여다볼 때, 명함을 주고받을 때, 업무 미팅을 할 때, 인생이란 무엇인가 가끔 생각할 때, 쓸데없는 생각이라 웃어넘길 때, 면접을 볼 때, 논리적으로 반박하려 애쓸 때, 지하철역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모른 척할 때, 팀장이 내 또래일 때,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은 어설픈 충고를 내뱉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날 때, 날씨가 좋을 때, 초코파이를 오만 원어치 살 때, 회식 후 집으로 돌아갈 때, 누군가의 비밀을 끝까지 지킬 때, 친구의 눈물을 모른 척할 때,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스스로 아이 같다고 느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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