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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Sep 17. 2018

날씨의 맛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 전시를 다녀와서  


비오는 일요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날씨의 맛>이라는 전시를 관람했다. 구름이 끼어 흐리고 적당한 비를 흩뿌리는 날씨가 공기와 주변의 색채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어 전시를 관람하기에 썩 잘 어울렸다.


'날씨'란 무엇일까? 나는 날씨를 줄곧 '날의 씨앗'이라고 여겨왔다. 왠지 그날 하늘이 맑으면 괜히 기분이 좋고, 우중충하고 비가 흩뿌리면 인상을 지푸리게 되는 처럼 그 날 하루를 관장하는 씨앗 같은 것이라고.


날씨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은 제법 흥미로웠다.'이것도 날씨인가?' 하고 날씨에 관한 재정의를 요하는 것도 있었고, '이런 것도 날씨가 될 수 있겠군'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것도 있었다. 매일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펼쳐지는 날씨 외에, 인간의 개입으로 변화하는 날씨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웠다. 핵폭탄으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된 비, 해마다 여름철이면 가동하는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말라죽어가는 식물, 공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 이 모든 것이 날씨, 날씨로군요.  


특히, 17년동안 일요일마다 그 하늘을 캔버스에 담은 작업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도 있고, 집에서 무심히 바라본 하늘도 있다. 하루도 같지 않은 하늘. 비행기에서 담은 하늘 앞에 내 눈길과 발길이 오래 머물렀다. 간간<비행의 발견> - 현직 파일럿이 비행에 대해 쓴 에세이 -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비행기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특별한 감각과 더해져 슬그머니 어떤 기분에 젖게 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집을 나서 종종 걸음으로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보았다. 밝은 푸른 빛과 엷은 구름이 보인다. 오늘 하루, 당신의 날씨는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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