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자리를 정리하다 우연히 지난해 달력을 발견했다. 지난해의 난 무얼 했나. 퇴근 후에 집 보러 가기라던가 보고 싶은 영화 개봉일, 마감, 직원 교육, 인터뷰, 출장... 여러 가지 업무가 날짜 아래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단출하게 줄이면 입사, 그리고 퇴사, 그리고 반복일 뿐이지만 반복되는 업무가 지겹다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해내려고 했고 또 열심히 해냈다. 싫어하면서도 꾸역꾸역 해내는 것, 그게 나의 바보 같은 면이긴 하기도 하고. 조금 이르지만 함께 업무를 하던 몇몇 분들에게 퇴사 소식을 전했다. 신문사 기자님, 스튜디오 실장님... 그간 고생했다고 고마웠다고 인사를 해주셨다.
비에 젖기 싫다고 나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이제야 회사 밖으로 겨우 한걸음 나올 마음을 냈다. 그간 비를 피하는 줄 알았건만 이미 흠뻑 젖어버린 채로 빗속으로 다시 뛰어들어간다. 처음엔 퇴사를 하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책상에 꼬박 앉아 책을 쓸 계획이었지만, 그 연유를 생각해보면 퇴사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얻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회사에 다니는 만큼 나는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지 않다고. 일단은 좀 쉴 생각이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무료하게 시간을 다 흘려보낼 생각이다. 운이 좋다면 글이 쓰고 싶을 것이고 글을 쓰게 된다면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