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소파에 드러누워 안세영 선수의 결승전 경기를 볼까, 산책을 할까 고민을 했다. '그래! 안세영 선수는 내가 경기를 안 봐야 금메달을 딸 것 같으니 산책을 하자.'
후텁지근한 바람이 부는 월요일 저녁,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지만 나오길 잘했다. 수채화 같은 하늘을 보다가, 러닝하는 아저씨를 보다가, 공원 벤치 틈으로 올라온 강아지풀을 보다가 피식 웃음이 났으니까.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인 히라야마가 일을 마치고 짓던 옅은 웃음의 의미는 오늘 내가 피식 웃을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8월 한 달 동안은 이 시간에 나와 산책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 나를 피식 웃게 할 어떤 순간을, 여름밤 산책의 맛을 기대하면서.
그나저나 내가 경기를 안 봐서 그녀는 금메달을 땄다. 갓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