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삭토스트 사장님은 환대에 재능이 있는 분이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손님의 눈을 쳐다보며 밝은 인사를 건네신다. 배달 기사님께도 마찬가지다. 토스트의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의 인사를 받을 때, 사장님이 인사 건네시는 모습을 볼 때, 사장님과 다른 손님이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참 좋다. 눈 마주치며 나누는 짧은 인사가 이렇게나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니.
햄치즈스폐셜 토스트에 야채를 추가해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귀여운 초딩 세 명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들어올 때부터 매장 앞 포스터를 한참 보던 아이들이었다. 셋이서 토스트 하나를 시키더니 잠시 볼 일을 보고 오겠다고 했다. 아이들을 보며 엄마 미소 짓는 내게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아이들 너무 귀엽죠? 아까부터 한참 메뉴 포스터를 보더라고요. 혹시 돈이 모자라서 고민하는 건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건 또 아니래요. 모자라면 토스트 저렴하게 해준다고 하고 챙겨주려고 했거든요."
사장님의 눈빛, 말투, 표정 어느 하나 다정하지 않은 곳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사장님은 참 다정한 어른이시네요.
5분 뒤 나타난 꼬맹이들은 셋이 나눠 먹을 토스트 하나를 들고나갔다. 테이블에 가방과 스마트폰을 두고 간 것도 모르고 말이다. 사장님은 바로 주방에서 나와 가방을 품에 안고 매장 밖을 나가셨다. 건물 사이로 지는 노을과 어우러진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참을 가만히 바라봤다.
문득 생각했다. 아이들의 오늘 하루는 따뜻한 어른의 다정한 눈맞춤을 만난 날로 기억될 것 같다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세상은 참 살만 한 곳이라고 느끼게 되는 하루였을 것 같다고. 힘들고 아픈 순간에 진심어린 한 사람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색한 마음보다 다정한 마음을 흘려보내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고. 나도 사장님 같은 어른의 다정함을 먹고 자라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작고, 소중하지만 때때로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더 아끼고 아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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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최소한 10여 년은 진심 어린 한 사람이 필요하다. 한순간이라도 그런 사람이, 사랑이 이 세상에 있음을 느끼고 믿어야 한다. 그 힘으로 내 안의 소중한 나를 확인하고 느낄 수 있다. 그 힘으로 수십 번, 수백 번 쓰려지려는 순간에 다시 일어설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권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