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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친구리니 Aug 29. 2024

38. 다정한 어른의 눈맞춤을 만난 순간



 우리 동네 이삭토스트 사장님은 환대에 재능이 있는 분이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손님의 눈을 쳐다보며 밝은 인사를 건네신다. 배달 기사님께도 마찬가지다. 토스트의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의 인사를 받을 때, 사장님이 인사 건네시는 모습을 볼 때, 사장님과 다른 손님이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참 좋다. 눈 마주치며 나누는 짧은 인사가 이렇게나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니. 


 햄치즈스폐셜 토스트에 야채를 추가해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귀여운 초딩 세 명이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들어올 때부터 매장 앞 포스터를 한참 보던 아이들이었다. 셋이서 토스트 하나를 시키더니 잠시 볼 일을 보고 오겠다고 했다. 아이들을 보며 엄마 미소 짓는 내게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아이들 너무 귀엽죠? 아까부터 한참 메뉴 포스터를 보더라고요. 혹시 돈이 모자라서 고민하는 건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그건 또 아니래요. 모자라면 토스트 저렴하게 해준다고 하고 챙겨주려고 했거든요." 


 사장님의 눈빛, 말투, 표정 어느 하나 다정하지 않은 곳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사장님은 참 다정한 어른이시네요.



 5분 뒤 나타난 꼬맹이들은 셋이 나눠 먹을 토스트 하나를 들고나갔다. 테이블에 가방과 스마트폰을 두고 간 것도 모르고 말이다. 사장님은 바로 주방에서 나와 가방을 품에 안고 매장 밖을 나가셨다. 건물 사이로 지는 노을과 어우러진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참을 가만히 바라봤다. 


 문득 생각했다. 아이들의 오늘 하루는 따뜻한 어른의 다정한 눈맞춤을 만난 날로 기억될 것 같다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세상은 참 살만 한 곳이라고 느끼게 되는 하루였을 것 같다고. 힘들고 아픈 순간에 진심어린 한 사람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색한 마음보다 다정한 마음을 흘려보내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고. 나도 사장님 같은 어른의 다정함을 먹고 자라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작고, 소중하지만 때때로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을 더 아끼고 아끼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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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 최소한 10여 년은 진심 어린 한 사람이 필요하다. 한순간이라도 그런 사람이, 사랑이 이 세상에 있음을 느끼고 믿어야 한다. 그 힘으로 내 안의 소중한 나를 확인하고 느낄 수 있다. 그 힘으로 수십 번, 수백 번 쓰려지려는 순간에 다시 일어설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권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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